민간 중심 'K반도체 전략'
2030년까지 대규모 투자 예고
日, 정부 주도 공급망 확대
현재까지 예산은 2조원 그쳐
2030년까지 대규모 투자 예고
日, 정부 주도 공급망 확대
현재까지 예산은 2조원 그쳐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한국 산업통산자원부가 지난 달 2030년까지 510조원의 '민간투자'로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를 벌려나가겠다는 이른바 'K(케이)-반도체 전략'을 내놓은 지 약 20일 만인 4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정부 주도의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골자로 한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발표했다. 한국이 민간 투자 주도로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면, 일본은 정부주도로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뛰어들겠다는 게 비교점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30쪽의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문건과 함께 반도체만 별도로 뗀 80쪽 짜리 방대한 문건을 공개했다.
경산성이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산업의 뇌'로 불리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와 산업용 인공지능(AI)칩의 제조기반 확보다. 5세대 이동통신(5G)확대와 포스트 5G시대 개막, 자율운전, 스마트폰, 스마트시티 등 미래 일본의 4차 산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첨단 시스템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관건이라고 본 것이다. 구현 방식은 생산 공장인 해외 파운드리(위탁생산)유치와 해외 기업과의 기술제휴다.
또 기존 메모리 반도체, 센서, 전력반도체 등도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만 TSMC가 일본 내 연구개발 시설로 낙점한 도쿄 인근 이라바키현 쓰쿠바시가 일본 반도체 부활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지목된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생산기반 확보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자칫하면 대만TSMC에 일본 기업들이 예속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주도로 반도체 부활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니, 관건은 예산이다. 현재까지 일본 정부의 반도체 예산은 약 2000억엔(약 2조원)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도체 공장 건당 10조원 이상 투입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한국이 민간주도의 510조원 규모 투자를 예고한 상황, 일본 정부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반도체 산업에 실탄을 쏟아부을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반도체 추진 전략 의원연맹은 지난 3일 "일본 내 반도체 공장의 신·증설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미국, 유럽에 필적하는 수준의 예산을 시급히 강구해 달라"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결의안을 제출했다. "수십조원은 돼야 한다"며 별도의 반도체 기금을 창설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미 모임에는 일본 정부의 곳간을 담당하고 있는 아소 다로 부총리가 참여하고 있어, 반도체 산업 지원 예산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본 내 반도체 수요 산업에 대한 연계가 취약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예산투입이 자칫 또 다른 정책의 오점만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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