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마약성 진통제 중독된 청소년들… '처방 이력조회' 의무화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7 18:14

수정 2021.07.27 22:04

교통사고 후유증 등 허위 호소
마약성 진통제 투약 10대 급증
이력조회 시스템 도입했지만
의사들 외면으로 실효성 의문
#.10대 청소년 42명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경남, 부산 소재 병원에서 허위로 통증을 호소하고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판매하고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이 소지한 펜타닐 패치 27장과 흡입도구 등을 압수하고, 1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처방받은 펜타닐 페치를 공원, 상가 화장실은 물론 교내에서도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병원에서 처방받아 구할 수 있는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됐지만 현장에서 활용도는 극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교통사고 후유증을 호소하며 수 년간 여러 병·의원을 통해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투약·판매한 미국 국적 남성이 검거된 이후 이 같은 범죄는 10대 청소년들이 저지를 정도로 사회 전반에 깊게 스며들었다.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하는 병·의원이 처방 전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을 꼼꼼히 확인하고,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 병원 처방 마약류 손뻗는 10·20대

27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부터 제출받은 '펜타닐 처방 통계'에 따르면 전국 병·의원에서 처방한 펜타닐 패치 처방 가운데 10대와 20대에 처방된 비중은 2018년 6377건(1.75%), 2019년 6542건(1.84%), 2020년 6541건(1.87%)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총 처방 건수는 줄어든 반면 처방 1건당 여러장의 패치를 처방받는 사례가 많았다. 펜타닐 패치제가 최대 4등분으로 나누어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오·남용 규모는 건수 대비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은 10대 청소년들의 펜타닐 패치제 불법 사용 사건을 계기로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식약처와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처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 50개소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여, 현재 40개소 및 환자 등 40명을 수사 중이다. 이들은 처방 전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재하지 않는 등 의무 사항을 위반한 사례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각 지방청에서 수사 중인 사건으로, 식약처와 관련 합동 점검 및 수사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마약류 처방 이력 시스템 활용 미미

이 같은 일부 병·의원의 마약류 의약품 처방이 마약 대용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다. 의사가 무심코 처방한 마약류 의약품에 중독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 6월부터 프로포폴 등 마약류 의약품 쇼핑을 막기위해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서비스'를 마련하고 지난 3월부터 모든 마약류 의약품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약물을 반복 처방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의사가 특정 환자의 최근 1년치 마약류 의약품 처방 이력을 확인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 마련에도 활용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의사가 마약류 의약품 처방 전 '의료쇼핑 방지 서비스'를 통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실제 이를 지키는 의료인들이 적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실제 지난 6월 기준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서비스'에 가입한 의사는 7400여명으로, 이 가운데 6개월 이상 접속하지 않은 휴면회원은 6400여명에 달한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올 상반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페니드(ADHD치료제), 듀로제식 패치(마약성 진통제·펜타닐), 자낙스(신경안정제) 이런 약물들을 달라는데로 아무 의심없이 퍼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미국에서 약(마약류)을 하다 온 녀석이 '한국에 오니 필로폰, 헤로인은 구하기가 미국보다 어렵긴 한데 병원에서 다른 약들 구하기는 엄청 쉽더라. 여긴 그냥 달라면 다주더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마약류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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