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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히 번진 '청주 산부인과 화재' 신속대피로 참사 막았다

뉴스1

입력 2022.03.29 15:06

수정 2022.03.29 15:18

29일 오전 10시9분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건물에 있던 산모와 아기 38명이 대피했고, 이 중 16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2022.3.29/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29일 오전 10시9분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건물에 있던 산모와 아기 38명이 대피했고, 이 중 16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2022.3.29/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29일 오전 10시9분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잡고 있다. 이 불로 건물에 있던 산모와 아기 38명이 대피했고, 이 중 16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2022.3.29/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29일 오전 10시9분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잡고 있다. 이 불로 건물에 있던 산모와 아기 38명이 대피했고, 이 중 16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2022.3.29/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강준식 기자 = 충북 청주시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0여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다친 가운데 즉시 작동한 화재경보기, 신속한 병원직원들의 대피 조치가 대형 참사를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식간에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는 건물의 드라이비트 공법 시공과 인화성 외장재가 지목되고 있다.

2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9분쯤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의 10층짜리 산부인과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한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위로 빠르게 번졌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불은 이미 주차장을 가득 채운 상태였다.


불은 30분도 채 되지 않아 건물 10층까지 빠르게 번져 올랐다. 건물 1층부터 꼭대기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불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화재를 목격한 한 시민은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나기 시작하더니 금세 꼭대기까지 올라갔다"라며 "생각보다 빠르게 번진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산부인과는 신관에만 산후조리원 33병상, 소아청소년과, 건강검진센터, 문화센터 등을 갖춘 데다 구관과 본관까지 있어 청주에서는 환자와 내원객이 많은 병원 중 하나다.

불은 산부인과 신관에서 시작됐다. 이 신관은 지하 1층·지상 10층·전체면적 8792.62㎡ 규모로 2017년 지어졌다.

1층은 필로티 구조, 외벽은 단열을 위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됐다. 외벽 마감재는 알루미늄 소재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필로티 구조는 기둥 구조여서 바람이 잘 통해 불이 나면 쉽게 번질 가능성이 크다.

드라이비트 공법도 스티로폼 단열재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화재에 취약하다.

이 병원은 단열재로 압출법보온판이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압출법보온판은 폴리스틸렌을 원료로 만들어진 단열재다. 습기와 수분에는 강하지만, 스티로폼과 마찬가지로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2017년 12월21일 제천시 하소동에서 발생해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에도 드라이비트 공법과 유사한 마감재가 사용됐다. 구조 역시 1층은 필로티 구조였고, 건물 1층부터 꼭대기까지 연결된 통로가 있어 불이 빠르게 올라갔다.

2018년 1월26일 19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도 마찬가지다.

제천과 밀양 화재는 스프링클러 미작동, 비상구 장애물 적치 등의 악재가 겹쳐 대형 인재로 이어졌다.

이들 화재 이후 2019년 하반기부터 병원과 학교 등에서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금지하고, 필로티 구조이면 화재에 강한 마감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건축법 시행령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날 불이 난 산부인과는 2014년 건축허가를 받아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자칫 대형 화재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다행히 이번 청주 산부인과 화재는 빠른 발견과 수술 직전 작동한 화재경보기 소리에 산모가 대피하는 등 직원들의 신속한 대피 조치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관은 "제천 화재 참사와 유사한 형태의 화재였으나 신속한 대피로 인명피해는 거의 없었다"라며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고, 비상구에 장애물도 없는 등 평소 안전 조치가 잘 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화재 당시 병원 내에 있던 직원과 산모, 아기, 일반 환자 등 122명이 병원 측 통제에 따라 비상계단 등을 통해 대피했고, 이중 16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비응급 환자도 6명 발생했다.

중상자나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원 중이던 산모와 아기 45명은 인근 산부인과 병원으로 전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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