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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러·우크라 전쟁에 드론·극초음속 미사일 뜨고 전차 지고

뉴시스

입력 2022.05.01 09:01

수정 2022.05.01 09:01

기사내용 요약
러, 핵무기 만지작…저위력 핵무기 거론
전차, 개인용 화기에 고전…무용론 제기
위성사진 활약…우주 전력 필요성 대두
극초음속 미사일 첫 등장…미래전 눈앞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러시아 올림픽위원회 메달리스트 환영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04.27.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러시아 올림픽위원회 메달리스트 환영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04.27.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드론·개인화기·극초음속 미사일 뜨고 전차·장갑차 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각종 무기 체계에 대한 평가다. 어떤 무기는 각광을 받은 반면 일부 무기는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쟁이 무기 체계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주목 받는 대목은 핵무기 재등장 가능성이다.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2차 세계대전 후 76년간 유지돼온 핵 금기(nuclear taboo)가 깨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27일 러시아 핵전력 부대에 특별 경계 태세를 하달했고 러시아군은 핵잠수함 훈련, 미사일 발사대 분산 훈련을 실시했다.

게다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Iskander)-M 미사일을 벨라루스와 러시아 동부 지역에 배치했다. 3월22일에는 크렘린궁 대변인이 러시아에 실존적 위협이 있으면 핵 사용이 가능하다고 위협했다.

[안탈리아(터키)=AP/뉴시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3월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제3차 세계대전을 도발할 위험이 있다. 핵 분쟁의 위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2022.4.26
[안탈리아(터키)=AP/뉴시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3월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제3차 세계대전을 도발할 위험이 있다. 핵 분쟁의 위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2022.4.26
러시아가 언급하는 핵무기는 전술 핵무기, 즉 저위력 핵무기로 보인다.

수십만명 이상을 대량 살상하는 전략 핵무기와 달리 위력을 인위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정밀성이 향상된 저위력 핵무기는 부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전장 사용이 가능한 무기로 부각되고 있다.

저위력 핵무기는 대체로 폭발 위력 10㏏ 미만 핵무기를 가리킨다. 최소 0.3㏏ 위력으로 다양성과 유연성을 갖춘 핵전력이라 할 수 있다. 저위력 핵무기는 타격 정밀성을 향상시킴으로써 방사능 낙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최근 발표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본 핵전쟁의 문턱- 저위력 핵무기와 제한핵전쟁 논쟁' 보고서에 따르면 W88 전략 핵탄두(475㏏)가 탑재된 미국 트라이던트-Ⅱ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10발로 북한 내 5개 표적을 타격할 경우 200만~300만명 사상자가 발생하는 반면 저위력 핵탄두 B61-12 20발을 투하할 경우 100명 미만 사상자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 부소장은 "저위력 핵무기의 발전으로 재래식 무기와의 차별성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 위력(16㏏)의 절반에 해당하는 저위력 핵무기가 뉴욕 맨해튼에 터질 경우 50만명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키이우=AP/뉴시스]19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전투 후 버려진 러시아군 탱크 옆을 지나고 있다. 2022.04.19.
[키이우=AP/뉴시스]19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전투 후 버려진 러시아군 탱크 옆을 지나고 있다. 2022.04.19.
이처럼 핵무기가 다시 주목 받는 반면 20세기 지상전 핵심 무기였던 전차(탱크)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효용 가치에 근본적인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전차는 전장에서 병력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지역을 확보하거나 적 부대를 격멸하기 위해 탄생한 무기다. 전차는 생존성·타격력·기동성이 향상된 무기체계로 진화하면서 강력한 방호력과 화력·충격력을 갖춘 제병협동·합동부대 핵심 전력으로 평가 받아왔다. 전차는 최종적으로 지역을 확보해 전쟁을 종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전차는 공격형 무인 항공기(UCAV)에 무력화되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개전 후 채 두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파괴한 러시아 전차는 460대 이상, 장갑차는 2000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무인기(드론)의 먹잇감이 됐다.

우크라이나 군은 화력 측면의 압도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터키와 나토(NATO)에서 도입한 무인기를 적극 운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침공 전부터 터키에서 바이락타르(Bayraktar) TB2 무인기를 수입해 돈바스 지역에서 운용해왔다. 바이락타르 TB2는 터키군의 시리아 북부 침공과 2020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벌어진 나고르고-카라바흐 전쟁에서 활약한 기종이다.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헬리콥터, 곡사포와 함께 스위치블레이드-300 자폭형 무인기 100대를 제공한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4월에는 전차뿐만 아니라 포병 진지까지 파괴할 만큼 화력이 증강된 '스위치블레이드-600' 10대 추가 지원 결정도 내려졌다. 스위치블레이드는 카메라 유도 시스템을 갖추고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 자폭하는 대표적인 1회용 무인기다.

[하르키우=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외곽에서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구소련제 RPG-7 대전차 로켓포에 관해 학습하고 있다. 2022.04.08.
[하르키우=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외곽에서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구소련제 RPG-7 대전차 로켓포에 관해 학습하고 있다. 2022.04.08.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나타난 전장의 진화: 무인화, 기동화, 네트워크화' 보고서에서 "드론은 유인 전투기보다 저렴하고 아군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적의 피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무기로 효능을 입증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은밀함을 통해 상대에 전술적·심리적 충격을 안겨줄 수 있는 효용성이 뛰어난 수단"이라고 평했다.

이번 전쟁에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무기는 개인 화기다. 자율 제어가 적용되고 어깨에 멜 수 있게 소형화된 개인 화기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대표적인 무기로 떠올랐다.

러시아 침공 이후 약 2주 동안 미국과 나토 회원국은 소형화된 대전차 미사일 1만7000기와 대공 미사일 2000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분쟁 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해온 독일도 휴대용 대전차 로켓발사기(RPG) 400정 수출을 승인했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차세대 경량 대전차 화기(The Next Generation Light Anti-tank Weapon, NLAW)를 제공했다. NLAW는 내장된 계산 장치가 목표물 미래 위치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영국은 NLAW를 3600개 이상 지원하는 한편 자국 최정예 특수부대인 공수특전단(SAS)을 통해 키이우 안팎에 주둔 중인 우크라이나군에 사용법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졌다.

NLAW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경량 화기는 재블린(Javelin) FGM-148 대전차 미사일이다. 미국과 스웨덴이 제공한 재블린 미사일은 러시아 탱크 가격의 3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면서도 손쉽게 휴대·운용이 가능하다.

[하르키우=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외곽에서 훈련에 참여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스웨덴제 대전차 무반동포 칼 구스타브 M4를 살펴보고 있다. 2022.04.08.
[하르키우=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외곽에서 훈련에 참여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스웨덴제 대전차 무반동포 칼 구스타브 M4를 살펴보고 있다. 2022.04.08.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은 NLAW처럼 공중에서 수직으로 전차에 꽂히거나 가장 취약한 회전 포탑 위에서 폭발한다. 사거리도 최소 800m 이상이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전차가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해 반격을 피할 수 있다.

재블린의 가장 큰 특징은 조준 발사 후 알아서 미사일이 표적을 타격하는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 방식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사정거리는 2.5㎞(초기형)에서 4.8㎞(후기형)까지다. 최대 800㎜ 장갑 관통력을 갖추고 있다. 사출모터에서 발생한 가스압력으로 미사일을 발사관 2~5m 앞으로 밀어낸 이후 점화되기 때문에 사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전쟁은 우주 공간의 전략적 가치를 입증한 전쟁이기도 하다.

미국의 위성기업 맥사테크놀로지(Maxar Technologies Inc.), 플래닛랩스(Planet Labs), 카펠라스페이스(Capella Space) 등은 소형 인공위성을 운영하는 미국의 대표 기업들은 자사 위성으로 촬영한 러시아군 관련 고해상 영상을 언론에 제공하며 상황을 사실상 생중계했다.

이들이 촬영한 사진에는 러시아군의 기동과 피해 상황이 노출됐으며 이는 가짜 뉴스와 선전 선동이 일상화되는 전시 환경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민간 저궤도 위성이 촬영한 영상 정보를 활용해 러시아군 지휘부와 보급로를 타격했다.

[도네츠크=AP/뉴시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하면서 미국의 재블린 미사일 발사기를 사용하고 있다. 2021.12.24.
[도네츠크=AP/뉴시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하면서 미국의 재블린 미사일 발사기를 사용하고 있다. 2021.12.24.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처음 실전에 등장한 신무기도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실전에서 최초로 사용된 전쟁으로 기록됐다. 러시아군은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킨잘(Kh-47M2 Kinzhal)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미그-31 전투기에서 발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서부 이바노 프랑키비츠 지역 군 시설과 미콜라이우 지역 군 연료·윤활유 저장소를 이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기권 안에서 극초음속으로 비행한다. 미사일 앞 기압이 이동하면서 플라즈마 구름이 형성된다. 플라즈마 구름은 전파를 흡수하고 그 결과 능동 레이더 시스템에 거의 포착되지 않는다. 이는 플라즈마 스텔스 기능으로 불린다.

윤정현 부연구위원은 "가볍고 느린 순항 미사일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관통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론상 탄두 없이 미사일 추진 에너지만으로도 10만t급의 초대형 항공모함을 침몰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때문에 극초음속 미사일은 '항공모함 킬러'로도 불려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은 나토군이 보유한 사드(THAAD)와 패트리어트(MIM-104 Patriot) 등 육상 미사일 방어 체계와 해상 함대 방공망을 뚫기 위해 제작됐다. 킨잘은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으며 최고 비행 속도는 마하 10 이상이다.

[다마스쿠스=AP/뉴시스] 세르게이 쇼이구(가운데) 러시아 국방장관이 15일(현지시간) 시리아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서 고위 장교들과 함께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한 MiG-31 전투기를 살펴보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 해군의 지중해 훈련 시찰차 시리아를 방문했다. 2022.02.16.
[다마스쿠스=AP/뉴시스] 세르게이 쇼이구(가운데) 러시아 국방장관이 15일(현지시간) 시리아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서 고위 장교들과 함께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한 MiG-31 전투기를 살펴보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 해군의 지중해 훈련 시찰차 시리아를 방문했다. 2022.02.16.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미래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이번 전쟁 추이를 살피며 무기 체계를 개량하고 활용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윤정현 부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낳은 전장의 변화는 육·해·공군의 양적 화력만으로 결정될 수 없는 미래전 시대를 앞당기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무기 체계의 무인화·기동화·네트워크화의 흐름은 전장의 진화를 이끄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전장의 실질적인 영역 또한 확장되고 있음을 인식한 각국 정부는 위기 상황에서 보다 효과적인 민·관·군 협력 체계를 수립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술 핵무기, 생화학 무기 등 실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교착 상태에서 언제든지 위협의 도구로 제시됐던 대량 살상 무기 통제에 대한 규범적 논의 역시 활발해질 것"이라며 "극초음속 미사일과 같은 신무기 체계의 전술적·전략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추진될 것이며 군사 혁신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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