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단가·사막건설 노하우·적기 준공 장점
28일 산업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체코는 중부 지역 두코바니에 1000㎿급 원전 1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약 8조원 규모 프로젝트다. 한수원은 오는 11월까지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제안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폴란드 역시 2043년까지 원전 6기 건설을 추진한다. 약 40조원 규모로 한수원을 비롯한 ‘팀코리아’가 지난 4월 폴란드 정부에 1000~1600㎿급 1호기 건설에 대한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월 체코와 폴란드를 찾아 원전 업계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사우디의 경우 지난 5월 한국과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 1.4GW 규모 원전 2기의 건설 의사를 타진하는 입찰 참여 요청서를 보냈다.
정부와 한수원은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가 폴란드, 체코, 사우디 수출에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건설 단가와 아랍에미리트(UAE) 사막에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작년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1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국가 차원에서 ‘원전 굴기’를 추진하는 중국은 건설 단가가 1㎾당 4174달러, 한국이 16.9% 저렴하다. 사우디 원전 수주를 두고 경쟁하는 러시아(6250달러)와 비교해도 42.9% 낮은 수준이며 미국(5833달러), 프랑스(7931달러)보다는 크게 낮다.
정해진 공사기한를 제대로 준수하는 점도 한국 원전 산업의 강점으로 꼽힌다. 프랑스 원전기업 아레바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의 준공 시점을 13년이나 못 지켰고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자국 내 보글 원전의 건설을 6년이나 지연시킨 전례가 있다. 반면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을 적기에 준공했다.
러시아 배제 가능성…美·佛 등과 경쟁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 러시아의 입찰참여는 배제되는 분위기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의 경우 입찰 초기 러시아와 중국이 포함돼 있었지만 체코 정부가 ‘안보·정치적 이유’를 들어 두 국가를 배제하며 한수원이 미국 및 프랑스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폴란드는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사실상 적대국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수주 참여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특히 폴란드는 최근 K2 전차와 K9 자주포 체결 소식 등으로 방산 분야에서도 협력이 이뤄지고 있어, 이를 계기로 원전 협력까지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우디는 오는 11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도 예정돼 있는 것도 우리에겐 호재다. 사우디의 스마트 시티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 시티'와 관련해 양국간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점에서 원전 건설 수주가 패키지로 묶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때문에 원전업계는 사우디 원전 사업에서 현재 한국과 러시아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는 원전 공급단가가 상당히 높다는 점, 중국은 사막에서 원전을 건설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면서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사우디 역시 이러한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사우디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의 등을 통해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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