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구로다 총재는 "최근의 엔화 약세 진행은 급속하고 일방적"이라며 "이런 엔저는 기업의 사업계획 책정을 어렵게 하는 등 미래 불확실성을 높이고,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부정적)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로다 총재는 "안정적인 엔저 방향의 움직임이라면 경제 전체에 플러스(긍정적)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씀드려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 영향은 업종과 기업 규모, 경제 주체에 따라 불균일하다"고 말했다.
이날 1달러당 엔화는 1990년 버블(거품)경제 이후 32년 만의 최저치인 149원 초중반에서 거래됐다. 1유로당 엔화도 7년 10개월 만에 최저인 146엔 중반까지 떨어졌다.
일본은 엔·달러가 145엔을 넘어선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으나 약발은 신통찮았다. 외환개입과 별도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저의 근본 원인인 미국과 금리 격차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과 가계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온다. 엔저는 기업의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수십년간 물가상승을 경험하지 못한 일본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돼서다.
9월 일본 기업물가지수는 116.3으로 전년동기대비 9.7% 상승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도 8월 2.8%로 5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상장된 일본 내수형 기업 중 절반가량의 4∼6월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기간보다 악화했다. 또 엔달러 환율이 145엔을 유지할 경우 2인 이상 가구의 올해 월평균 지출액은 8만1674엔 증가하고 150엔 선에서 등락하면 약 5000엔이 추가로 들 것으로 전망됐다.
스즈키 ��이치 일본 재무상은 최근 "과도한 변동이 있으면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재차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구로다 총재는 여전히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대규모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으로 당국간 엇박자가 아니냐는 불신도 많다.
과거 엔저 위기 때마다 반등 기대감으로 주부들까지 엔저 매입에 동참하면서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와타나베 부인'이라고까지 불렸지만 이번에는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이들도 "지켜보자"는 관망 포지션이 뚜렷하다.
일본 금융선물거래업협회의 장외 49개 외환증거금(FX)사 매매동향조사에 따르면 9월 엔·달러 거래량은 전년동월 대비 3.8배 증가한 1098조엔으로 집계됐다. 직전 최대였던 올해 6월의 955조엔을 넘어섰다. 다른 통화를 모두 포함한 9월 전체 매매액은 총 1398조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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