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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액화천연가스(LNG)선 특수를 누리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내년에는 유조선 발주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건조된지 20년이 넘은 노후 탱커(유조선) 규모가 글로벌 시장에서 200척에 달해 교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유조선 발주 수요를 선행하는 지표인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운임지수(WS)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운정보서비스에 따르면 11월 3주 중동-중국 항로 노선의 WS는 129.59로 전주 대비 16.82p 상승했다. 올해 초까지 저조하던 VLCC WS은 지난 9월 90을 넘어섰고 지금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VLCC의 일평균 수익(TCE)도 10만2957달러로 전주대비 27.29% 대폭 상승했다.
최근 삼성중공업도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와 3466억원 규모의 셔틀탱커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셔틀탱커는 해양플랜트에서 뽑아낸 원유를 해상에서 전달받아 육상 터미널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유조선 발주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내년에 대규모 노후 유조선의 폐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따라 내년부터 노령 선박에 대한 교체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선박은 20년 정도 사용하면 선박의 상태와 시황에 따라 폐선한다. 지난 9월 기준 전 세계 2255척의 유조선 중 20년 이상 노후된 선박이 197척으로 8.7%에 달한다. 반면, 올해 1~9월 누적 폐선율은 0.3%에 불과하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가 강조되면서 원유 조달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유조선 운송 수요도 더 높아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10월 OPEC+가 원유 감산 합의를 이뤄 유조선 시황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당분간은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전략 비축유 방출을 발표하면서 원유 수송 거리가 증가하고 운송 루트가 다변화해 유조선 수요가 유지될 수 있어서다.
한국 조선사들의 향후 3년간 교체 유조선 수주 규모는 4조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은 "3년에 걸쳐 유조선 교체 발주가 이뤄질 경우, 한국 조선사는 최소 연간 35억달러 규모의 유조선 수주가 가능하다"며 "국내 대형 조선사별로 연간 최소 7억~9억달러의 유조선 수주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조선 발주가 상당기간 없어서 내년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유조선 중 규모가 큰 VLCC의 경우 한국이 중국보다 납기나 품질 면에서 앞서 있어 선호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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