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의 콜라보레이션(협업)도 흥미로웠다. 한때 일본을 대표했던 전자기업 소니와 자동차기업 혼다의 콜라보가 눈길을 끌었다. 워크맨 등 소형 가전기기로 전 세계 가전시장을 호령했던 소니 그리고 일본·미국은 물론 동남아까지 굳건한 판매량과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혼다.
그래서 두 기업이 합작한 '소니혼다모빌리티'에서 '아필라(Afeela)'라는 전기차 모델을 발표한 것은 CES 참관객들의 호기심을 꽤나 자극했다. 소니혼다모빌리티를 통해 자동차 시장에서 대세를 이뤄가고 있는 전기차 모델로 다시 한번 전 세계를 호령하기를 원하는 소니의 야심 찬 출사표를 볼 수 있었다.
소니가 어떤 기업인가. 1979년 생산을 시작한 워크맨을 2013년 생산을 중단할 때까지 전 세계에 3억8000만대나 팔았다. 과거 워크맨은 모두가 선망하는 전자기기였다. 국내 기업들도 워크맨을 따라 한 제품을 내놨다. 그렇지만 워크맨을 따라잡지 못했다.
절대적이었던 소니도 워크맨 이후 이렇다 할 세계적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사실상 경쟁에서 뒤처졌다. 소니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를 아는 사람보다 과거의 워크맨을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다.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이 전 세계 콘솔게임 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와 사실상 양분하고 있지만 소니는 이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 차 시장에서 도요타와 더불어 일본 자동차 철옹성을 쌓고 있는 혼다는 왜 소니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을까. 미국 소비자 신뢰도 조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일본 2위의 자동차기업 혼다 역시 전기차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소니의 손을 잡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혼다는 지난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개발하고, 연간 200만대 이상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니와의 콜라보로 독특한 전기차를 생산해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가겠다는 각오다. 소니와 혼다, 일본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콜라보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한국 기업의 콜라보도 이번 CES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 자동차까지 우리나라도 세계적 반열에 오른 기업이 많다. 이런 우리 기업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한다면, 그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다음 CES에서는 우리 기업들의 콜라보를 볼 수 있을까. 기대된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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