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 들어 문닫는 건설사들이 급증하면서 업계에 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악성 미분양 증가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 등으로 중견·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진행중이다. 16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월~7월 종합 건설사 폐업신고는 총 306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170건) 대비 80% 급증한 규모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서도 폐업신고 종합건설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에는 서울의 D토건, H기업, D이앤씨, N건설 등이 폐업 신고를 마쳤다. 전문 건설사를 포함한 전체 건설사 폐업 신고는 지난해 1~7월에는 1632건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2074건으로 27% 늘어났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전국에선 4개 건설사가 부도(당좌거래정지) 업체에 이름을 올려 올 상반기에만 총 9개 건설사가 문을 닫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곳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준으로 2019년 이후 최대 수치다. 올해 부도 처리된 업체를 월별로 보면 5월까지는 대부분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였으나 6월에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각 1개 전문건설업체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부도 및 폐업 건설사가 늘어난 이유는 집값 반등에도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 경색 등 '돈맥경화'가 심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사업장은 공사비 증가, 공기 지연 등으로 사업장 대부분이 이미 적자로 돌아서 먼저 손을 털고 나가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하반기도 잿빝전망이다. 당장 시행업계를 중심으로 올 8월 말에 브릿지론 만기가 집중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건설사 신용도가 낮아져 외부 자금조달 창구 확보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업의 하반기 사업환경에 대해 '비우호적', 등급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PF 관련 부실 위험이 높은 건설사들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상수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잇따른 중소업체 부도 등으로 건설사 신용위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비 우호적인 산업여건과 금융시장 내 경색이 장기화된다면 점차 상위 건설사로 신용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경우 신용도다 낮다보니 대형업체 연대보증 없이는 브릿지론 연장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회사 운용자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게 대다수 업체들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일부 건설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자세히 보면 대기업·서울 위주"라며 "하반기에 상황이 더 악화되면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행사 부도, 중견·중소건설사 도산, 부동산신탁사 부실 증가 등의 악순환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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