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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경제 살려달라는 추석 민심, 국회는 들었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2 18:53

수정 2023.10.02 18:53

연휴 중에도 물가 인상 소식 잇따라
민생 돌보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올 추석에는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돌보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컸다. LPG 가격이 kg당 70~80원 오른 직후인 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LPG 충전소 모습. /사진=뉴시스화상
올 추석에는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돌보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컸다. LPG 가격이 kg당 70~80원 오른 직후인 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LPG 충전소 모습. /사진=뉴시스화상

올해 추석 연휴에도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였다. 정치인들의 다툼에는 한결같이 넌더리를 냈다. 값이 오르지 않은 것이 없어 살기는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정쟁에만 빠져 있는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국민이 대다수였다.

경제난은 쉽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하반기가 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국민을 달래 왔지만, 그 속도는 매우 더디다. 물론 반도체 수출 등 일부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바닥을 친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나 본격적인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차례상을 차리면서 서민들은 급격히 오른 물가를 실감했다. 어느 것 하나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외식은 줄이고, 값비싼 물건은 사지 않으면 그만이라지만 공공요금 등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수십조원의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면 국민들은 또 전기요금 인상의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식품류와 기름값, 지하철 요금 등 생활물가 인상 소식이 추석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줄줄이 들려왔다. 우유 값 인상으로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들어가는 식품 값 인상은 기정사실이다. 9월 넷째 주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3.4원 오른 1789.7원으로 12주 연속 상승했다. 액화석유가스(LPG) 공급가격도 ㎏당 78∼80원 오른다. 7일부터는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된다.

국민들은 지쳐가는데 정치인들은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정쟁의 흙밭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연휴 중에도 사사건건 싸움을 그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난데없이 영수회담을 요구하며 불을 질렀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기소돼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임을 깨닫는다면, 사법절차에 성실하게 임하면서 자신의 '방탄' 문제로 늦어진 법안 처리 등을 위해 여당과 협력하는 게 먼저다.

연휴가 끝나면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 정국으로 일찌감치 들어설 것이다. 정쟁은 더 심해질 것이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과 새로 지명된 장관 청문회부터 맞붙을 것이다. 아무리 정쟁을 멈춰 달라고 아우성을 쳐도 소귀에 경 읽기가 될 줄을 국민들은 안다. 그러면서도 제발 민생을 돌보라고 여야 의원들에게 빌다시피 하고 있다.

의원들이 할 일을 일일이 적시해 줘야 하겠는가. 경제와 민생에 관한 법안부터 회기를 넘겨 무산시키지 말고 처리해야 한다. 내년 예산을 꼼꼼히 살펴서 낭비하지 않도록 심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수출을 되살리기 위해 주요 국가들로 찾아다니며 우리 물건을 좀 사달라고 부탁이라도 하라. 재벌 욕만 하지 말고 연휴 동안에 중동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하는 이재용 삼성 회장의 행보를 배워 보라.

연휴 후의 정치는 안 봐도 뻔하다. 철저한 예산심의보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될 것이다. 공천싸움으로 피 터지게 싸울 것이며 투표 날이 다가오면 그제야 유권자들 앞에 나타나 온갖 감언이설과 선심성 발언으로 표를 달라고 읍소할 것이다.
이런 구태정치를 당장 중단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진지한 자세로 국민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그래야 민생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선거 때만 시장바닥을 돌아다니며 쇼를 하지 말고 의원들은 지금부터라도 나와 당이 아닌 국민과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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