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양광 산업, 정부 지원에 업체 난립으로 과잉공급 우려
생산량 급증에 '친환경 거품' 걱정해야
남는 물량 해외 덤핑 가능성, 유럽은 이미 비상
생산량 급증에 '친환경 거품' 걱정해야
남는 물량 해외 덤핑 가능성, 유럽은 이미 비상

[파이낸셜뉴스] 친환경 산업 투자를 적극 지원하는 중국에서 태양광 전지 및 패널 기업들이 난립하고 있다. 해외 관계자들은 ‘친환경 거품’이 예상된다며 중국 기업들이 남는 물량을 해외에 헐값으로 수출한다면 유럽 등 관세 장벽이 빈약한 국가의 태양광 기업들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中 친환경 산업 육성에 과잉생산 우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중국 태양광 산업의 과잉 공급을 지적했다. 미 다우존스 산하 시장조사기관인 OPIS에 따르면 중국 내 태양광 패널 가격은 올해 들어 40% 하락했으며 태양광 패널의 핵심 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 역시 50% 급감했다.
WSJ는 일부 기업들이 이미 친환경 거품 붕괴를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친환경 에너지 제조업에 투입된 돈은 약 800억달러(약 106조3600억원)로 같은해 전 세계 관련 투자금의 약 90%가 중국에서 쓰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중국이 전체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산업에 쓰는 돈은 2019년 이후 연간 1800억달러(약 239조3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러다보니 수많은 중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바라며 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월 보도에서 지난해 중국의 배터리 기업들이 내수보다 더 많은 제품을 생산했으며 올해도 내수 예측치 대비 2배가 넘는 양을 과잉 생산한다고 추정했다.
태양광 전지 및 패널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 설치 계획된 태양 에너지 관련 시설은 미국에 이제까지 설치된 시설을 모두 합한 양과 비슷하다.
관련 기업 난립에 '친환경 거품'
중국 대형 유제품 회사인 황스그룹은 지난해 3대 신사업을 공개하면서 태양전지·패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황스그룹은 해당 공장에 15억달러(약1조9942억원)을 투자한다며 농가에 태양광 기술을 보급해 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보석 판매 회사인 저장밍파이주바오도 지난 2월 태양전지 공장에 1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장난감 회사인 무방가오커 역시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총 6억6000만달러(약 8771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대만의 태양광 시장조사업체 인포링크에 의하면 지난 2022년 이후 중국에서 의류, 화학, 부동산 등 70개 이상의 상장기업들이 태양광 산업에 진출했다.
업계에서는 자연스럽게 과잉공급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 최대 태양광회사인 롱지는 지난 8월 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업계 전체가 토너먼트 게임을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이양 중국태양광산업협회 사무차장은 지방정부가 태양광 투자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현재 최소 13개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생산 시설 확장을 보류했다.
해외 덤핑 걱정...유럽은 이미 붕괴중
WSJ는 중국에서 남아도는 태양전지·패널이 해외 시장에 헐값으로 풀리는 상황을 우려했다. 미국과 인도 등은 중국과 갈등 및 관세 장벽으로 저렴한 중국 제품을 방어할 수 있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가 거의 없는 유럽은 비상이다. WSJ는 유럽의 느린 허가 절차, 숙련공 부족 및 높은 에너지가격을 지적하며 유럽의 태양전지·패널 기업들이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럽태양광제조협회(ESMC)의 요한 린달 사무총장은 중국산 패널들이 유럽 제조사의 원가 대비 절반 가격에 팔린다고 주장했다. 협회 설문조사 결과 회원사의 40%는 올해 재고가 남아돈다고 응답했다. 지난 8월 노르웨이에서는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를 만들던 노르웨이크리스털이 파산했고 경쟁사인 노르웨이 업체 노르선은 올해 말까지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유럽 태양광업체들의 모임인 '솔라파워 유럽'은 지난 9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중국 업체들 때문에 유럽 태양광 업체들이 파산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FT는 EU가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공급의 4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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