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통합 11일만에 파국
정체성 확보로 신뢰도 높이길
정체성 확보로 신뢰도 높이길
빅텐트가 무너진 것을 두고 여의도 정가는 정치공학적으로 주판알을 튕기기에 바쁘다. 통합신당의 '11일 천하'는 한국의 전근대적 정치문화를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해프닝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거대 양당의 폐해를 타파하겠다는 시도가 물거품 됐다는 점에서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잃었다고 보는 게 맞다.
실망이 큰 만큼 신당 세력에 거는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거대 양당의 극한대립이 심화되고 있어 제3지대에서 정치문화를 뒤바꿀 역할을 맡아주길 기원하는 국민이 많다. 개혁신당 신드롬이 반짝 일었던 것도 이런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혁신당 지지율은 4%에 머물렀다. 무당층은 여전히 24%에 이른다. 개혁신당이 정치혁신의 바람을 일으켜 오도가도 못하는 무당층을 흡수할 것이란 기대감에 못 미쳤다는 얘기다. 신당 엔진이 추락한다는 건 다가오는 4월 총선도 과거 선거행태가 되풀이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념을 앞세운 거대 양당이 집토끼 잡기에 열을 올리는 식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과거로의 회귀다.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는 각자 정치개혁의 깃발을 들고 총선까지 완주한다는 각오다. 빅텐트를 쳤던 통합 개혁신당의 꿈이 물거품 됐지만 여전히 정치개혁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염원은 살아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이라도 빅텐트의 실패에서 성공의 법칙을 구하는 학습효과가 요구된다.
원래 개혁신당은 거대 양당의 폐해를 심판하고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런데 통합세력 간 집안싸움으로 사달이 난 과정들을 되짚어보면 거대 양당을 겨냥해 쏟아냈던 비판과 판박이였다. 특정 계파 중심의 밀실정당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치적 다원주의도, 소통도, 타협도 없었다.
국민들은 여전히 거대 양당의 이전투구에 염증을 느끼면서 새로운 선택지를 갈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기존 당과 구분되는 당의 정체성 확립과 조직운영의 투명화가 필요하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뚜렷한 언어로 당의 정체성을 설명해야 하며, 조직운영은 투명해야 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가시적인 총선 공약을 내놔 대안정당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일부 정치인의 자리보전과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떴다방 정당'을 만들다간 국민의 정치혐오와 분노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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