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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내리막길 韓 GDP, 성장 엔진을 살리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30 19:52

수정 2024.04.30 19:52

작년 경제 규모 14위로 내려앉아
구조 개혁, 혁신 생태계 서둘러야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멕시코에도 밀려 14위로 내려앉았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7128억달러로 전년 대비 2.3% 늘었지만 순위는 13위에서 한 계단 떨어졌다. 기술과 끈기로 한국이 처음 세계 10위에 오른 때가 2005년이었다. 그 뒤 등락을 거듭하다 2021년 10위권에서 밀려났고 그 후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순위가 14위로 밀린 것은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급등한 환율 등 여러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경제체력이 약화된 탓이 크다.

25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스1
25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스1
우리를 추월한 멕시코는 글로벌 패권경쟁과 미국 시장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세계 주요국들이 미국 인근의 멕시코에 앞다퉈 공장을 세우면서 투자가 몰린 덕분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 기업들이 해외로 가고, 해외에서 돌아오는 기업들 숫자는 미미했다.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달러표시 GDP가 줄어든 영향도 물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 페소화는 달러 대비 크게 올랐는데 원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계속 밀리는 것을 환율 탓으로만 돌린다면 근본 해법은 요원할 것이다. 우리의 경제체질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방법을 찾는 것이 지금 할 일이라고 본다.

IMF는 심지어 5년 뒤엔 한국 GDP가 인도네시아에도 밀릴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았다. 인도네시아는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자원 덕택에 중국의 대안시장으로 가파른 성장세다. 2029년 인도네시아의 명목 GDP는 2조1948억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는 이에 못 미쳐 순위는 16위까지 떨어진다는 게 IMF 관측이다.

올 들어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 호조세로 우리는 1·4분기 깜짝 성장을 기록했지만 지속가능 여부는 불확실하다. 국내외 기관들이 연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으나 그렇다 한들 2%대 중후반이다. 장기적으로도 1~2%대 저성장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통계청이 4월 29일 발표한 3월 산업생산동향을 봐도 국면 돌파가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게 확인된다. 미래 성장의 주요 지표인 산업생산이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감소 폭은 4년 만에 최대였다. 산업생산은 그 전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로 회복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이내 다시 꺾인 것이다. 설비투자도 마찬가지다. 기계류, 자동차 운송장비 등 거의 모든 분야 투자가 전달 대비 크게 줄었다.

반도체만 바라보는 지금 같은 수출구조로는 성장의 한계가 명확하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일이지만 반도체만으론 역부족이다.
젊은 신생기업의 도전과 성공 사례가 쏟아지고 신산업이 꽃을 피울 수 있는 혁신생태계는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말만 많고 실행은 더딘 각종 구조개혁에 이제 속도를 내야 한다.
민생과제도 그래야 해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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