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청주의 일부 동물병원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임신한 고양이들까지 무분별하게 수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주시 내 동물병원 6곳은 시와 위탁계약을 맺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을 진행했다.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에 따르면 이들 동물병원 6곳 중 3곳은 암컷 길고양이 318마리를 수술했는데, 그 중 73마리(23%)는 임신 중기이거나 만삭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병원이 수술받은 길고양이의 모습과 함께 적출된 자궁의 사진을 촬영해 올리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서 동물협회가 자궁의 크기와 모양을 확인해 자체 집계한 결과다.
실제 해당 포털에 접속해보면 일반적인 고양이의 자궁이 작은 ‘끈’ 형태인 것과 달리 일부 고양이의 자궁은 확연히 부푼 모습으로 수십 배는 크다.
현행법은 임신한 길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금지하고 있다. 새끼가 죽는 것도 문제지만, 혈관이 확장돼 있는 탓에 수술 과정에서 과다 출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협회는 이들 동물병원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수년간 무분별하게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청주시는 암컷 1마리당 22만 원의 중성화수술비를 동물병원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동물병원 수의사는 “길고양이의 경우 저항이 거센 탓에 마취 전에는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살이 찐 고양이의 경우엔 더욱 분간이 어렵다”며 “정부도 마취제 투여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하라고 권고한다. 새끼가 사산되면서 어미의 생명까지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험이 있는 수의사라면 임신 중기 이상의 길고양이는 배만 유독 나와 있어 임신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한다는 것이 수의학계의 의견이다.
동물협회의 집계 결과 실제 다른 위탁 동물병원 3곳이 같은 기간 임신 중기 이상의 길고양이에 대해 수술을 실시한 비율은 4.4%(224곳 중 10곳)에 불과했다.
동물협회 측은 “새끼는 물론이고 어미까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수술을 진행한 것은 명백한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라며 “이들 병원을 모두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주시 관계자는 "포털에 올라오는 사진을 매번 확인하긴 했지만, 병원 측이 임신묘인 것을 알고도 일부러 수술했다고 볼만한 확실한 근거가 없어 제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임신묘 수술 비중이 유독 높은 병원엔 경고 조치를 한 뒤 지속될 경우 위탁 취소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한편, 2021년 전남 목포에서 길고양이 325마리 중 87마리(27%)가 임신묘였던 것으로 드러나는 등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중성화수술 사업이 일부 동물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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