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화재위험 없는 아연이온배터리 수명을 10배 늘렸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8 14:32

수정 2024.08.28 14:32

에너지기술연구원, 수명 향상 음극기술 개발
음극 1㎤당 세계 최고 수준의 4225㎃h 저장
연구진이 개발한 음극 제조기술로 만든 음극(왼쪽)은 여러차례 충방전을 반복해도 아연이 평탄하게 달라붙어 있는 반면, 아연으로만 만든 음극(가운데)과 탄소 판을 적용한 음극은 불규칙하게 아연이 솟아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음극 제조기술로 만든 음극(왼쪽)은 여러차례 충방전을 반복해도 아연이 평탄하게 달라붙어 있는 반면, 아연으로만 만든 음극(가운데)과 탄소 판을 적용한 음극은 불규칙하게 아연이 솟아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우중제 박사팀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조재필 교수팀이 화재 위험성을 안고 있는 휘발성 액체 대신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이차전지의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음극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만든 이차전지 '아연 이온 배터리'는 기존 것보다 수명이 10배 이상 향상됐다.

28일 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진은 아연이 음극에 달라붙어 쌓이는 현상을 제어해 한번 충전으로 음극 1㎤ 당 세계 최고 수준인 4225㎃h의 저장 용량을 달성했다. 또한 배터리를 3000회 이상 충·방전해도 초기 성능을 유지했다. 뿐만아니라 64㎠의 대면적 전극을 만들어 사용해도 그 성능을 그대로 유지했다.


우중제 박사는 "이는 아연 이온 배터리의 난제인 덴드라이트 형성을 산화구리와 같은 저가의 물질과 공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구조 분석 실험을 통해 아연이온배터리의 증착 구조를 파악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구조 분석 실험을 통해 아연이온배터리의 증착 구조를 파악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아연 이온 배터리는 안전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연이 배터리 안에서 잘못된 모양으로 자라나는 '덴드라이트' 현상 때문에 수명이 짧아진다.

연구진은 배터리 음극에 산화구리를 활용해 아연의 균일한 증착을 유도하고 덴드라이트 형성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산화구리는 일반 구리와 마찬가지로 아연의 초기 성장을 촉진하고 유도 증착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아연을 균일한 분포로 증착시키는 데 최적화된 전도성을 갖고 있어 일반 구리에 비해 효율적인 증착이 가능하다.

산화구리는 아연을 균일 분포한 후 비계(스케폴드)로 자체 변환된다. 이 스캐폴드는 아연이 어디에 자랄지 가르쳐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아연이 잘 붙을 수 있게 도와주다가 아연이 많이 자라면 스캐폴드가 스스로 변해서 아연이 다른 곳으로 자라게 한다.
이렇게 하면 아연이 잘못된 모양으로 자라지 않아서 배터리를 더 오래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 박사는 "향후 개발된 전극을 규격화하고 시스템화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수계전지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새로운 음극제조 기술을 개발해 에너지·재료 분야 저명 학술지 '어드밴스트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발표했으며, 8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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