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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PD "400쪽 보고서 작성..백종원 첫 반응에 안심” [비하인드]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5 18:24

수정 2024.10.16 10:37

김학민, 김은지 PD, 모은설 작가 라운드 인터뷰
'흑백요리사'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흑백요리사'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를 연출한 스튜디오 슬램의 김학민·김은지 PD와 모은설 작가가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제작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흑백요리사’는 지난 9월 17일 공개 이후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선보인 예능 최초로 3주 연속 글로벌 톱 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이날 내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벌써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외식 경연인이자 국민 요리 멘토 백종원과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모수 서울’의 셰프 안성재를 비롯해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치열한 여정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룰 감추고 오로지 넷플릭스, 백종원, 진심 갖고 섭외”

김은지 PD는 "시즌1 제작 당시 섭외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며 “시즌2는 프로그램의 인기로 섭외가 한결 수월해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시쳇말로 '너희 누군데' 이런 반응이었다”며 “넷플릭스, 백종원 대표를 무기로 절대 요리 갖고 장난치지 않겠다, 우리를 믿어달라며 섭외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누가 나오고, 어떤 룰로 진행되는지 참가자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김학민 PD는 “작가들의 고생이 컸다"며 "진흙 속의 진주(무명 요리사)들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가들이 요리사들을 다 서치해서 개별 접촉한 뒤 이런 프로가 있는데 지원하겠냐 물어보고 면접을 봤다"며 "대략 500~600명이 지원했다”고 돌이켰다.

앞서 최현석 셰프가 출연을 승낙했다가 주위의 우려로 출연을 번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현석 셰프만큼 섭외가 힘들었던 셰프는 정지선 셰프였다"며 "수차례 고사해 1시간 넘게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중식 대가 여경래 셰프와 준우승을 거둔 재미 교포 출신 미국인 에드워드 리 셰프는 흔쾌히 승낙한 편이다. 모은설 작가는 “아주 열려있는 분들이다”고 말했다.

“경연 시작하고 첫 5초간 살 떨렸다..백수저 악당처럼 비칠까 우려도”

‘흑백요리사’는 유명 셰프는 백수저, 무명 셰프는 이름 대신 닉네임을 붙이고 흑수저로 명명했다. 프로그램 부제엔 아예 대놓고 ‘계급논쟁’이라고 붙였다.

우리사회 계급논쟁을 용감하게 차용했는데 부정적 반응이 우려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은지 PD는 “백수저와 흑수저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이 제일 우려됐다"며 "시청자나 출연자가 받아들일지, 솔직히 현장에서 한두분은 나갈 것 같다는 각오를 했다"고 말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왼쪽)과 안성재 셰프. 뉴스1
요리연구가 백종원(왼쪽)과 안성재 셰프. 뉴스1


당시 출연자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별다른 정보없이 참가했다. 이에 규칙을 설명한 뒤 불만이 있으면 나가도 좋다고 안내방송을 하고 5초를 줬다.

김 PD는 "가장 긴장한 5초였다"며 "하지만 의외로 모든 셰프가 다 받아들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수저를 인정하는구나 생각했다"며 "경력있는 사람을 대우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게 요즘 서바이벌에 맞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백수저가 빌런으로 보일까봐 걱정도 했다.

그는 “백수저가 순수한 마음으로 참가했는데 제작진이 정한 룰에 따라 부전승이 되니 기득권층으로 보일까봐 우려됐다”며 “막상 백수저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대가에 대한 리스펙이 하나의 사회적 분위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백종원 대표 첫 반응, 잘 짰다..안심했다”

김학민 PD는 이번 방송을 만들면서 “기존 요리 프로를 보고 4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걸 한 이유가 기존 것들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였다"며 "그동안 보지 못한 미션, 본 적 없는 그림을 원했다”고 말했다.

김학민 PD와 김은지 PD. 뉴스1
김학민 PD와 김은지 PD. 뉴스1

모은설 작가는 “심사위원이나 출연자가 미션에 놀라고 흥미를 느끼게 하려면 흔히 예상되는 것을 하나도 넣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백종원 대표에게 처음부터 마지막 라운드까지 다 설계한 뒤 브리핑을 했다"며 "가만히 듣다가 ‘재밌겠네’, ‘잘 짰네’라고 말해줘 그때 조금 안도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블라인드 심사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김은지 PD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말도 안된다고 했다"며 ”음식을 평가하는데 시각적인 게 중요하다, 눈을 가리면 미각도 제한된다"고 말해 걱정이 됐다.

하지만 제작진이 설득했다. 나중에 두 심사위원도 잘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김학민 PD는 "흑백 1대1 대전에서 장사천재 조사장과 한식대가 이영숙의 대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한쪽은 화려하고, 다른 한쪽은 덜어낸 요리를 보고 우리 프로그램이 보여주고 싶은 어떤 포인트가 담겼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제작진들이 기억에 남는 요리는 어떤 것일까. 김은지 PD는 에드워드 셰프가 만든 '켄터키 두부'를 꼽았다.

그는 "요리를 만든 의도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며 "어나더 레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은솔 작가는 최현석의 '마늘 뺀 봉골레'를 꼽았다.
그는 "마늘 빼고 만들었는데 어떻게 좋은 평가를 얻었는지, 무슨 맛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흑백요리사'에서 참가자들이 만든 경연 요리는 오로지 백종원, 안성재 두 심사위원만 시식했다.
김학민 PD는 "혹시나 생길 잡음에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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