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시즌1 초반에 ‘이 게임을 지속할지 그만둘지’ 결정하는 투표가 시즌2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아예 O·X로 나눠지는 그룹들을 보여주면서 지금 현재,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많은 편 가르기, 선 긋기, 너와 나를 구별하고 옳은 것과 그릇된 것으로 서로를 규정하고 공격하는 그런 갈등에 대해 묘사해 보고자 했다.”
넷플릭스 역대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한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 시즌2가 3년 만인 오는 12월 26일 마침내 공개된다.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급 인기를 끈 이 작품은 2022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연출상·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상을 휩쓸며 평단의 인정도 받았다.
황동혁 감독은 지난 8월 미공개 시즌2 맛보기 영상을 공개하며 가진 한국 언론과의 만남에서 “만감이 교차한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즌2에서 가장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일단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캐릭터다. 시즌1에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오직 돈을 벌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좀 어수룩한 캐릭터였다면 시즌2에서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다시 게임 속으로 뛰어드는 인물이다. 그는 이 게임을 끝내는 동시에 복수를 위해 게임의 주최자를 찾는다. 또 시즌1에서 인기 있던 모든 캐릭터를 죽여 버려서, 그들을 대체할 좋은 캐릭터들이 새로 필요했다. 그들이 새로운 게임을 한다는 게 큰 변화다.
참석자들이 O와 X로 나눠지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시즌1에서 초반에 한 번 ‘게임을 지속할지 그만둘지’ 여부를 갖고 투표를 했다면 시즌2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형태로 활용된다. 매 게임마다 투표를 하는 과정들이 나오고,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서로의 의지에 반하는 투표를 한, 그러니까 속행이냐 중단이냐를 갖고 양쪽이 갈라져서 더 격렬하게 갈등하고 대립하는 과정이 나온다.
지금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종교, 이념, 배경, 성별, 인종으로 인해 분열과 갈등, 증오 같은 것들이 일어나고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것들을 시즌2에 좀 더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O와 X로 나뉜 집단들이 어떻게 갈라지고, 어떻게 서로를 증오하고, 대립하고, 갈등하는지를 묘사해 봤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예고편에서 "더 큰 상금을 위해 게임을 계속할지 여기서 중단할지 전적으로 여러분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안내 멘트가 나온다. 이후 "이러다 다 죽어요"라는 기훈의 지적에도 사람들은 "한판 더"를 외친다.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이서환 배우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기훈아” 부르며 달려오는 정배라는 캐릭터인데, 시즌1에서 기훈과 함께 경마장에 갔던 전 직장 동료다. 시즌2에서는 모자를 비롯해 한때 연인 관계였던 젊은 커플 등이 나온다. 강하늘 배우는 군 관련 배경이 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워낙 화제작이라 캐스팅을 둘러싸고 ‘친분설’ 등 억측이 나오기도 했다.
▲억울하다. 많이 억울했다. 신인 감독 시절부터 친분 캐스팅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자부한다. 왜냐하면 딱 한 번 그랬다가 너무 후회를 한 적이 있어서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게 평소 철칙이다. ‘오징어 게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당 역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배우를 캐스팅을 하거나 오디션을 통해 발굴했다.
―최승현 배우의 경우 대마초 전력 때문에 캐스팅 발표가 난 뒤 부정적 여론이 일었다.
▲캐스팅 당시 꽤 시간이 지난 일이고 집행유예 기간도 끝난 상태라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최승현은 지난 2016년 자택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가 2017년 의경 복무 당시 드러나 재판을 받고 그해 7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우려를 표해서 생각이 좀 짧았나 싶었다. 그래서 검증을 많이 했다. 오디션을 통해 본인이 강한 의지를 보여줬고, 많은 노력과 재능을 입증했다.
논란이 된다고 번복하기엔 최승현 배우와 이미 많은 과정을 함께 했기 때문에 결국 결과물로서만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마 작품을 보면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을, 최승현 배우 본인도 이 작품을 하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이해할 듯 하다.
―시즌1에서 어린 시절에 많이 한 게임을 다뤘는데, 이번에도 누구나 다 알만한 게임이 나오나.
▲어떤 게임을 등장시킬지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특히 인터넷이나 주변에서 많은 예상과 특정 게임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많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게임은 간단하고, 패자에 대한 벌칙도 즉각적이고 쉽게 이해돼야 하는 것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게임을 결정했다. 아마도 한 번쯤은 다 해봤던 한국의 고유한 게임들도 있고, 세계에서 다 하는 게임도 있다. 그대로 갖다 쓸 수 없는 것은 드라마에 맞게 조금 변형했다. 또 협동을 요구하는 게임들이 꽤 나온다. 시즌1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많아져서,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게임 안에서 펼쳐질 것이다.
―앞서 현장을 공개했는데, 세트를 설정하면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시즌1보다 세트의 크기나 활용도가 조금 더 높아졌다. 세트의 경우 (잔혹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과 대비되게) 조금 더 동화적이고,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세트들을 만들고자 애썼다.
―시즌1이 글로벌 흥행하면서 시즌2는 좀 더 전 세계 시청자를 겨냥해 작업했는지 궁금하다.
▲시즌1을 만들 때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기 때문에 지난 2009년 처음 영화 대본으로 이 작품을 썼을 때보다 훨씬 글로벌 시청자를 생각하며 각본 작업을 했다. 게임을 좀 더 단순화시켰고, 어느 나라에서나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동그라미, 세모, 네모와 같은 심벌들을 사용했다. 이 작품을 전 세계에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은 사실 그때부터 있었다.
시즌2도 그 점에선 변한 게 없다. 평생 한국에서 살면서 겪은 모든 제 경험이 이 작품에 녹아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작품은 굉장히 한국적이다. 하지만 전 세계 많은 팬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당연히 고려해 좀 더 직관적인 요소들을 많이 넣고, 많은 말과 설명이 필요없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오징어 게임’ 파생 콘텐츠에 대한 소감은.
▲‘오징어 게임’ 덕분에, 우리나라 건 다른 나라에서 건 또 그것이 시리즈 건 예능의 형태가 됐건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온다면 창작자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다. 솔직히 저 역시 ‘오징어 게임’을 만든 게 갑자기 하늘에서 모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떨어져서 만든 것이 아니다. 많은 서바이벌 콘텐츠를 보고 그것에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왔고, 저만의 색깔을 넣어서 ‘오징어 게임’과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부디 제가, 선한, 좋은 영향을, 다른 창작자들에게 끼쳤기를 바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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