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400원 굳어지나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기업
연초 전망했던 1200원대 '불발'
유화·항공·철강 서둘러 사업조정
"트럼프 효과로 1450원 갈수도"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기업
연초 전망했던 1200원대 '불발'
유화·항공·철강 서둘러 사업조정
"트럼프 효과로 1450원 갈수도"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서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재조정하는 등 비상 국면에 돌입했다. 한국의 '달러 박스' 역할을 했던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위기에 '트럼프 효과'가 더해지면서, 달러당 1450원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연일 뛰는 환율 대응에, 수출입 기업들의 시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입'을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1400원대 시대' 장기화 가능성이다. 앞서서 역사적 엔저 국면(달러당 155.3엔)을 이어가고 있는 엔화처럼, 원화도 환율의 새로운 기준점(뉴 노멀)을 맞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11.0원까지 치솟으면서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당분간 1400원대 흐름을 거스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환율 타격 업종인 석유화학, 항공, 철강업종은 시나리오 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 등 원자재값 상승에 대응, 환율 가격대별 시나리오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당수 기업들이 연초 올해 사업계획상 예상 환율로 1200원대 후반대를 예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환율 상승 충격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의 경우 달러당 1270원을 사업계획상 예상 환율로 책정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도 12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 초반으로 상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초 국민은행·신한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의 올해 예상환율은 1262.5~1317.5원이었다. 심지어 올해 3·4분기엔 이보다 낮은 1252.5원으로 하향조정까지 했다. BNP파리바 등 해외투자은행 평균치치로 1248.7원으로, 모두 빗맞은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고환율은 수출업종에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제조원가 상승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고환율 수혜 업종들도 최근의 환율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환헤지(환위험 회피)전략 대신, 환노출 전략을 취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부품 등 원자재값 움직임과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환율 10% 상승 시, 제조업의 경우 3.68% 제조원가가 상승한다. 10월 수입물가지수(한국은행 발표)는 137.61(2020년=100)으로 전월(134.67)대비 2.2% 상승했다. 이달은 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율 대응 여력이 취한 중소기업계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화장품업체 한 대표는 "원료 수입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나 소비자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대로 가면 수익성 방어가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환율 전문가들은 1400원대 뉴노멀 시대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최근 환율 상승은 그간 한국경제를 떠받쳐온 반도체 등 주력업종의 부진, 한국경제 펀더멘털 약화, 한미 금리차 확대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주목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트럼프 효과', '국내 정치 영향' 등이 더해진 결과로, 최근의 흐름이라면 1450원대도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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