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02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과거 금리인하기 살펴보니 단기 금융상황 안정
다만 금리수준 낮아질수록 대출 증가율은 상승
중장기적으로 금융취약성 누증시키는 경향 있어
이번에는 가계대출 증가율 0.1%p 하락 전망
수도권 부동산 과열에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된 탓
“대외부문 리스크 확대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다만 완화적인 금융여건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확대되고 해외 주식,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더해 미국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달러 강세 등으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리스크 조기 식별 등을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시됐다.
■금융여건 완화, 비대칭성 존재...“긍정 영향은 초기에, 부정적 영향은 장기간 누적”
중장기 관점에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를 살펴보면, 기준금리 인하는 시차를 두고 금융취약성을 누증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금리 인하기에는 대체로 위험추구 성향 등과 함께 차입 유인이 증가해 민간신용 누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으로 금융시스템의 불균형 정도가 확대됐으나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 유지됐다.
가계대출 증가율 간의 관계를 보면, 금리 수준이 낮아질수록 대출 증가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금리 수준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율의 민감도는 거시건전성 규제상황에 따라 차별화됐다. 과거 금리 인하와 함께 거시건전성 규제도 완화된 시기에는 대출 규모가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였으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거시건전성 규제가 강화된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완만했다.
금리 인하기에 차입 여건이 개선되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주택거래도 활발해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과거 금리 인하기를 보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주택거래대금 규모가 증가했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금리 하락기에 부동산업 등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문에 대한 대출집중도가 높아지는 등 자원배분의 비효율이 심화됐다. 금리 인하기 동안 산업별 대출집중도가 부동산업은 1.77에서 2.46으로, 숙박음식업은 1.60에서 1.90으로 각각 상승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는 단기 금융여건을 완화하고 실물경기의 하방 압력을 축소함으로써 전반적인 금융안정 상황을 개선시킬 것으로 보이나, 이 과정에서 중장기 금융취약성은 점차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리 인하기,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 간 조합, 어느 때보다 중요해져
한은은 우선 가계부채의 경우, 금융여건 완화로 증가세 확대가 예상되나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는 증가세를 둔화시킬 것으로 판단했다. 추정 결과,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는 4분기에 걸쳐 가계대출의 증가율을 약 1.0%p 내외 낮추는 것으로 분석됐고 주택담보대출은 4분기에 최대 2.4%p 정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규제 강화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개별 규제수단의 규제 효과를 보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모두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관리에 유효한 것으로 분석되나, 규제 강화 1년 후 시점에서는 DTI와 DSR의 정책효과가 LTV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증가에 대응한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효과는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에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한계기업 증가 등 기업 부문의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절감과 더불어 업황 개선으로 인한 영업이익 제고가 긴요한 것으로 판단됐다. 거시경제 여건 변화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 간 관계를 이자보상배율 분위별로 분석해 보면, 차입이자율 하락과 경기회복 모두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차입이자율 하락이 이자보상배율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채무상환능력이 양호한 기업들(상위 25%)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반면 경제성장(명목GDP)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와 이로 인한 이자보상배율 제고 효과는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에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불균형 확대, 위험선호에 따른 수익률 추구 등에 적절히 대응해야
이에 아울러 투자자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강화가 해외 주식투자 확대,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증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에 유의해 개인투자자의 투자행태 변화와 금융·외환시장 영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인하 과정에서의 대외부문 리스크 확대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일반적으로 금리인하에 따른 원화 표시 금융자산의 수익률 저하는 시장참가자들의 외화 표시 투자자산 비중 확대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환율상승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때 환율변동의 방향성과 폭은 우리나라의 금리 조정뿐만 아니라 상대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에 향후 한국은행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완화 속도, 정책금리 격차 및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달러 강세 등으로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력과 유동성 제고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금리 인하 과정에서 위험선호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가계대출증가 및 금융불균형 확대 등 중장기적 금융안정 취약성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금융여건 완화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해 거시건전성 규제를 일관성 있게 시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금융여건 완화에 따른 신용 경계감 완화 및 수익 추구가 강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수익추구 행태는 금융 및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비은행 금융중개 등을 통해 금융시스템 내 레버리지를 확대하고 상호연계성을 높여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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