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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 이런 느낌일까" 날마다 저세상 뷰, 아이슬란드 '무계획 여행'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50>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4 07:18

수정 2025.02.14 07:18

<50> 아이슬란드 동부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이슬란드 풍경. 사진=김태원(tan)
아이슬란드 풍경. 사진=김태원(tan)

아이슬란드 4일차. 숙소에서 일어나니 어제 오후부터 퍼붓던 세찬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짐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숙소에 비치되어있는 까만 머그컵 두개 중 하나가 안보인다. "자기야, 여기 컵이 어디갔지?", "아, 그거 잠시만." 하더니 탄이 밖으로 나갔다가 컵을 가지고 돌아온다. "엥? 그게 왜 밖에 있어?" 하고 물어보았다.

어젯밤 숙소에 입실할때 한 배낭여행자가 로비 의자에 있는 것을 보고 지나가며 인사를 했었다. 근데 아침에 짐을 차에 두려고 왔다갔다 하는데 그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도 나는 별 생각없이 무심코 지나쳤는데 탄은 '아마도 여기 예약할 돈은 없고 비바람이 심하니까 피하기 위해 로비에서 밤을 샜나보다.' 하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나그네이고 그 사람도 나그네인데 그 사람이 지금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에 그에게 따뜻한 차를 한잔 가져다준 것이었다.

탄이의 말을 듣고 나는 매우 부끄럽고 반성이 되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나는 왜 미처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나그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싶어하는 탄을 본받아 나도 사랑하는 마음을 좀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고 음식을 해먹을 수 있었던 깨끗한 숙소에 편안히 묵을 수 있던 것과 추운 날씨와 많은 비에도 좋은 차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잘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오전부터 관광포인트 몇군데를 들렀지만 비가 많이 오는 상황이라 차에서 내려서 구경할 상황이 안된다.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데 흐린 날씨에 아이슬란드의 남쪽바다가 회색하늘 아래 까맣게만 보였다. 관광명소에 도착해도 차안에서 차창을 통해서 잠시 보고는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를 계속하다가 그냥 오늘 예약한 숙소에 바로 가기로 했다.

아이슬란드 동쪽에 이르자 설산들이 보인다. 설산이 바로 앞에 보이는데 비가 내리는 것이 희한하다. 비가 조금씩 잦아들더니 구름 사이로 반가운 파란 하늘이 나왔다. 숙소가 가까워오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해가 난다. 경치도, 날씨도 변화무쌍한 아이슬란드이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다시 드라이브하러 나왔다. 오늘 비때문에 본게 별로 없는데 날씨가 맑아져 주변을 맘편히 구경하려고 한다. 동네나 한바퀴 돌려고 나왔는데 설산이 점점 가까워 온다. 길이 산으로 이어져 얼떨결에 차로 설산을 오르는데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산길 구비구비 갈색 산 위에 얼룩얼룩 녹지않은 눈이 만들어내는 무늬가 재미있다. 하루종일 비온 것에 대한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 볼 것 많은 재미있는 산길 드라이브. 산을 넘으니 밭과 집들이 띄엄띄엄 있는 평지가 나온다.

설산들에 둘러싸인 동네가 무척 평화롭게 보였다. 마침 해가 지고 있어 길게 드리운 그림자와 석양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또 다른 길을 가다가 엄청나게 넓은 강 옆을 지나게 되었다. 길 옆에 차를 세울 수 있고 테이블이 있어 피크닉 장소 같은 곳에 멈춰서 잠시 강을 바라보는데 대형버스가 우리차 옆에 서더니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린다. 갑자기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하늘은 높고 넓은 강이 유유히 내려오는 모습이 평화롭고 장관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탄이 표지판을 읽고 오더니 이 강에도 네스호처럼 괴물이 나타났었다고 한다. 뭔가 물속에 지나가지는 않을까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강물은 잔잔히 흘러갈 뿐이었다.

광활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아이슬란드. 사진=김태원(tan)
광활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아이슬란드. 사진=김태원(tan)

아이슬란드 동쪽 끝의 에이일스타디르에 왔다. 여기에는 볼 것이 많을 듯해서 이틀을 묵고 주변 여기저기를 구경하기로 했다. 넓은 강에 하얀 백조떼가 떠있는 곳을 지나 차들이 많이 서있는 곳을 발견했다. 이런 곳은 무조건 가봐야한다.

카메라와 드론을 챙겨 사람들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이 두갈래로 나뉘어지는 곳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오른쪽으로 올라가던 중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쪽으로 길이 있는게 맞냐고 물어보니 이길이 더 쉬운길이라며 추천을 해준다. 잘 선택했다. 예정에 없던 트래킹을 한다. 지치면 언제든 돌아갈 양으로 편하게 시작했다.

왼편으로는 깊은 계곡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나무 하나 없는 계곡의 지형이 무척 멋있다. 계곡의 수량이 풍부한 것을 보니 가까운 곳에 큰 폭포가 있을 것 같았다. 계곡의 건너편 절벽위에 사람들이 다니고 있다. 저쪽이 어려운 길인 것 같다.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을 경치를 보며 쉬엄쉬엄 걷다보니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금방인 것 같은 느낌. 잠시 바위에 앉아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니 강과 산과 계곡이 이어진 모습이 장관이었다.

아무것도 막힘없이 확 트인 시야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었다. 이래서 등산을 좋아하는 분들이 그렇게 산을 오르나보다 싶다. 잠시 쉬고 다시 오르자 이번에는 절벽에 주상절리가 보인다. 기기묘묘하고 멋지다. 나무는 한그루도 없어 만약 해가 강하게 났다면 그늘이 없어서 힘들었을 것 같은데 구름이 적당히 있어 다행이다.

산을 오르다보니 문득 이 트래킹이 우리 여행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이동하다보면 유럽에 와있는 거고 산도 한발한발 오르다보면 정상에 도착하게 되고, 우리 인생도 이처럼 작은 하루하루가 쌓여 언젠가는 목표한 곳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역시나 끝에는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폭포가 웅장하다.

그 물이 계곡을 따라 흐르고 있는 모습이 아래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올라온 보람이 있다. 어렵게 올라온 만큼 만난 폭포와 이리저리 흐르는 물줄기가 어우러진 풍경이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정말 손꼽을 만큼 멋진 곳이었다.

한참을 감상하고 내려갈 때는 건너편 길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쪽으로 올라오신 분께 길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진흙투성이가 된 신발을 가리키며 너무 힘든 코스라고 한다. 우리는 두 말 않고 왔던 길로 다시 내려왔다.

그 다음날, 오늘은 가볍게 드라이브나 하자고 길을 나섰는데 차가 또 산으로 올라간다. 높은 고원으로 이어진 길.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이 머리에 닿을 듯 낮게 드리우고 까만 아스팔트길 양옆은 하얀 눈이 쌓인 끝도 없는 벌판이다.

말도 안되는 풍경이다. 하늘의 구름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형태로 시시각각 변하고 햇빛은 구름 사이를 오가며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아이슬란드에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많다. 사진=김태원(tan)
아이슬란드에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많다. 사진=김태원(tan)

마치 천국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한다. 탄이 "어제가 여행의 하이라이트인줄 알았는데 또 갱신이 되네"라며 감탄한다. 나도 "구름과 이 설원. 저세상 뷰다. 지구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매일매일이 놀라운 풍경과 경험의 연속이다.

정말 아이슬란드는 무계획이 더 좋은, 감동과 경이로움이 가득찬 곳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BZhyApcTPM?si=hMjpUKh6lMATC9aO>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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