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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경 만큼 재미있는 시장구경, 지중해 감흥 차올라"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54>프랑스 남부 '안티베'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4 07:16

수정 2025.03.14 07:16

<54>프랑스 '안티베'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다음날 우리는 안티베 중심가에 있는 딸의 집에 고양이를 돌봐주러 가야한다는 베르나르씨를 따라나섰다.

크루즈선을 타는 딸이 몇달씩 집을 비울 때면 매일 그 집에 들러 고양이 밥도 주고 오물통도 비워주신다고 한다. 우리도 시내구경도 할겸 겸사겸사 함께 집을 나왔다. 한 시간 거리의 시내까지 걸어간다고 한다. 탄이나 나나 걷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친구와 함께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함께 길을 걸으며 차로 다닐 때는 볼 수 없는 골목골목을 다니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벼룩시장에 펼쳐진 오래된 유럽 물건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안티베 시내의 중앙공원에 다다르자 마침 토요일이라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이 한창이었다. 불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이 시장구경이다. 오래된 유럽 물건들 하나하나에 다 어떤 사연들이 깃들어있을 것같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프리마켓에서 발견한 작은 도자기 인형. 사진=김태원(tan)
프리마켓에서 발견한 작은 도자기 인형. 사진=김태원(tan)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초록색 박스에 한가득 들어있는 작은 도자기 인형들이었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작은 크기에 사람모양, 동물모양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한개에 1유로라고 한다. 부피도 안나가니 기념으로 좋겠다 싶어 몇 개 사려고 하는데 베르나르씨가 집에 많다고 사지말라고 만류하신다. 벌써 예쁜 것을 몇 개 고르고 있었는데 베르나르씨가 자기가 모아놓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계속 말려서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내려놓고 발길을 돌렸다.

알고보니 이 도자기 인형들은 케이크를 구울때 넣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도자기 인형을 넣어서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케이크 조각을 나눌때 인형이 자기 몫에 들어있으면 행운이 온다는 그런 풍습이 있는 것 같았다. 한쪽 구석에는 탄이 좋아하는 자동차 모형도 가득 진열되어 있었는데 모두가 다 다른 디자인이다. 참 자동차 모양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것저것 설명을 들으며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오래된 건물, 내부는 깔끔한 북유럽풍 인테리어
시장을 지나 딸네집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은지 오래된 건물의 꼭대기 층이다. 내부는 싹 리모델링을 했는지 완전 현대적이고 깔끔한 북유럽풍 인테리어가 참 예뻤다. 실로와 밀라라는 큰 고양이 두마리가 온 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베르나르씨 집에 들어갔을때도 그랬지만 프랑스 사람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냥 신기해하며 구경했다.

딸의 집에서 일을 마치고 나와 베르나르씨와 시내를 좀 더 구경하며 걸었다. 예쁜 골목골목에 상점도 많고 사람들도 많다. 주로 자동차로 여행하다보니 주차가 어려운 시내에는 거의 올 일이 없었는데 베르나르씨 덕분에 여유롭게 시내구경을 하니 너무 즐겁고 호강하는 기분이다. 길가에 테이블이 있는 카페들을 보니 유럽에 왔다는 실감이 확실히 난다.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보면 베르나르씨가 뭐든 친절하게 다 알려주시니 너무너무 좋다.

프랑스 디저트 칼리송. 사진=김태원(tan)
프랑스 디저트 칼리송. 사진=김태원(tan)

나뭇잎 모양의 디저트같은 것이 있어 뭘까 궁금해하니 베르나르씨가 엑상프로방스의 명물 칼리송(Calissons)이라고 알려주신다. "마카롱 같은 건가봐요?"하자 단호하게 아니라고, 다르다고 하며 메론과 커피메론, 오렌지, 그리고 아몬드로 만든다고 한다. 보기에는 작은 빵과자 같은데 밀가루가 전혀 안들어간 디저트라니 한번 먹어보고 싶어졌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그렇게 걷다가 베르나르씨가 인도하는 한 골목으로 갔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특별한 것이 있다고 한다. 곳곳에 작은 얼굴모양 조형물들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베르나르씨의 지인인 작가가 이 골목길을 사랑해서 골목 곳곳에 이렇게 얼굴 조각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가리키는 곳을 보니 담벼락에, 돌틈에 정말 정겨워보이는 작고 다양한 얼굴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도 천천히 걸으며 열심히 두리번대다 작은 얼굴 조형물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발견하면 숨은 그림 찾기나 보물찾기를 하듯 신이 났다. 얼굴 뿐만 아니라 서로 포옹하고 있는 연인 모습도 있었다. 언젠가 이곳이 유명해지면 웬지 서운 할 것 같은 우리만의 명소가 되었다.

오늘은 베르나르씨의 생일이라고 한다. 날짜를 기가막히게 잡았다. 어제 베르나르씨가 올해 생일에는 딸도 항해를 나가서 외롭게 보낼뻔 했는데 우리가 와서 함께 지내게 되어 기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베르나르씨를 위해 생일상을 차려드리고 싶었다. 사실 오늘 따라나선 것도 시장에 가기 위함도 있었다.

지중해 시장에서 산 재료로 한식 생일상..."생일 축하해요, 베르나르"
시내 구경을 어느 정도 한 뒤 필요한 재료들을 사기 위해 시장으로 안내를 부탁드렸다. 시장의 모습은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비슷해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하지만 파는 물품들은 처음보는 신기한 것들이 많아 구경하기 좋았다. 수십가지의 향신료들과 이름모를 채소들. 완전 푸짐한 상추 비슷한 채소가 1유로란다. 누런 종이봉투에 담아주는 것을 받아드니 프랑스 감흥이 차오른다. 프랑스에는 치즈가 200종이 넘는다고 한다. 다양한 치즈들을 구경만하고 뭐가 어떤 맛인지 상상이 안되서 구입할 엄두는 못내었다. 홍합이며 토마토 등 조금은 다른 모양이지만 알것같은 것들도 많아 반가왔다. 구경도 즐겁고 필요한 재료들을 모두 살수 있어 좋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바로 가지 않고 1946년에 여기 안티베에 살았던 피카소의 박물관으로 사용중인 성도 구경하고 해변 공원으로 가서 지중해도 감상했다. 푸른 바다에 해변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운, 속이 뻥 뚫리는 아름다운 뷰가 우리 눈을 사로잡았다.

바다 저 멀리 어떤 도시가 보였는데 그곳이 바로 니스라고 한다. 가깝긴 가까운 모양이다. 육안으로 보이다니. 그리고 그 너머에는 모나코가 있다고 한다. 날이 맑아 모나코까지도 흐릿한 형체가 보였다. 해변을 따라 걷다 호화요트들의 정박지도 보았다. 어마어마하게 비쌀것 같은 요트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베르나르씨와 같이 다니니 도시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벌써 서너시간을 걸어 다니다 보니 저질체력인 우리는 계속 어디 좀 앉고 싶고 쉬고 싶었는데 베르나르씨는 우리보다 20~30살은 위이신데도 지친기색 하나없이 앞장서서 가셔서 발을 질질 끌며 겨우겨우 따라갔다.

지중해가 아름답다. 사진=김태원(tan)
지중해가 아름답다. 사진=김태원(tan)

집에와 서 장봐온 채소를 씻고 고기를 굽고 제일 중요한 미역국을 끓였다. 베르나르씨는 생일에 한식을 먹는 것은 처음이라며 매우 좋아하셨다.

베르나르씨께도 어김없이 쌈에 여러가지를 넣고 한입에 먹는 법을 알려드렸는데 한국 경험이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쌈은 처음이신가보다. 어설프게 크게 싸서 한입에 넣느라 고생하셨다. 그래도 성공한 것을 다같이 웃고 즐거워했다.

프랑스에서는 식사중 이야기도 많이 하고 오랫동안 식사를 해서 이렇게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맛있게 드시고는 음식이 훌륭하다며 푸드트럭을 해도 되겠다고 하신다. 과분한 칭찬이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원래 초대해준 카우치 호스트에게 선물하려고 준비한 것들을 생일선물을 가장해서 드렸다. 내가 뜬 레이스 받침과 한국 고추장 등 소소한 물건들, 그리고 가지고 다녔던 약과를 몇개 나누어드렸다. 어제 한국음식 중 약과를 맛있게 드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차에서 가져온 것이다. 약과를 보자 베르나르씨 눈이 휘둥그레진다. 약과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약과!"하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자 우리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식사 후 베르나르씨가 쿠폰으로 받은 케이크에 집에 있는 큰 초를 켜고 생일노래를 불러드렸다. 제법 생일잔치 같았다. 여행에서 사람을 만나 교감을 하고 삶을 나누는 것이 정말 값지고 평생갈 귀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 또 한번 느낀 소중한 하루였다. 앞으로 '프랑스'하면 베르나르씨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 같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NUkqBFtVuUc?si=tZUeB5xZ8DkV6uTO>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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