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호 주한 베트남 대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이제 실현해야 할 때
美관세폭탄 대응, 양국 한 목소리로 설득력 높여야
한-베트남 '천년 인연' 계승...양국 간 불균형 해소 나서야
"삼성 등 韓대기업, 베트남 현지 공급망 늘려야" 쓴소리도
APEC 정상회담 간 한-베트남 정상회담 고대



부호 주한 베트남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예고에 대해 한국과 베트남이 한 목소리를 내며 공동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포스코, 효성 등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차이나 리스크'를 피해 대규모 제조기지를 세우고 미국 수출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 46%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제조업계가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전인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주한 베트남 대사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부 대사는 12세기부터 시작된 한국과 베트남의 '천년 인연'을 강조했다. 부 대사는 "양국이 맺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를 이제 실현해야 할 때"라며 "단지 말뿐인 외교가 아닌, 행동으로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은 지난 2022년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양국 외교 관계를 CSP로 격상한 바 있다.
부 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베트남 정부는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데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며 "이는 상호 이익이 맞닿아 있고, 한국과는 상생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양국의 협력이 향후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했다.
부 대사는 33년 전 한-베트남 수교 주역인 부콴 전 베트남 부총리 장남이다. 부 대사는 "10년간 아세안 관련 업무를 하면서 한국을 오갈 일이 많았다"면서 "한국대사도 자원해서 부임하게 됐다"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음은 부 대사와의 일문일답.
■ '트럼프 관세폭탄'에..."한-베 한 목소리 내자"
―양국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과 베트남은 모두 주요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처지고, 경제 발전에 대한 열망도 크다는 점에서 많이 유사하다. 양국의 이같은 공통점은 향후 협력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본다. 한국은 베트남의 1위 투자국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전체 베트남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에게 생산 거점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하고 있다. 그라나 CSP를 통한 상호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 간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 상호 신뢰, 경제 구조 개선, 인적 교류 확대, 그리고 공동의 미래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관세를 무기로 들고 나왔다.
▲최근 관세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무기로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생산 기지를 두고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베트남도 상무부장관을 비롯한 관계 부처 관료들이 끊임없이 미국 측과 접촉하며 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장벽은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다. 한국과 베트남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오는 11월 열릴텐데, APEC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협력해 미국에 요구사항을 한 목소리로 낸다면 더욱 설득력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국내 최대 반도체·인공지능(AI) 행사인 세미콘코리아에 외국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고심하고 있으며 AI, 반도체 기술을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로 보고 전략 육성하고 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고, 베트남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발전을 이루고자 한다. 삼성의 경우 베트남 반도체 사업에 2025년 1·4분기에만 40억달러(약 5조8012억원)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삼성, 베트남에 더 기여해달라" 쓴소리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최저한세(GMT) 정책에 대해 일부 글로벌 기업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이든 다국적 기업이든, 자신이 위치한 국가의 삶에 기여해야 한다. '나는 영원히 세금을 내지 않겠다' 식의 태도는 안 된다. 삼성은 베트남에 진출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이제 단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이나 옷을 나눠주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해당 국가에 대한 진짜 기여는 세금 정책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삼성 뿐 아니라 인텔, 엔비디아도 이제 최저한세를 내야 한다.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지 한국 기업들의 대 베트남 투자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 중 90% 이상이 한국 공급망을 활용하고 있다. 이게 과연 균형 잡힌 관계일까는 고민해볼 문제다. 한국 기업들 중 몇 곳이나 베트남 현지 공급업체를 사용하고 있는가. 한국이 베트남에 투자하면서, 그 부품들 중 몇 퍼센트가 베트남 업체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가.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이런 점들을 자문해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 대사는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담을 두고 양국 정상 간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언제든 준비돼 있고, 환영한다"면서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매우 유익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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