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이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할 전망이다.
오픈AI 출범에 동참했던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다리오 아모데이가 각자 기업을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어서 대규모 흥행몰이가 예상된다.
머스크의 우주 개발 업체 스페이스X가 다음 달 상장을 앞두고 있고, 올트먼의 오픈AI는 이르면 올 9월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데이의 앤트로픽도 올 후반 상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역대 최대 IPO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이들 3개 업체가 공모주 발행을 통해 증시에서 끌어들일 자금 규모가 2021년에 기록한 역대 최대 IPO 규모였던 1560억달러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의 상장이 흥행에 성공하면 4년간 이어진 IPO 시장 침체를 끝장내는 한편 인공지능(AI) 테마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시장의 반응이 뒤따른다면 AI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증시에 심각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3개 대어가 거의 동시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이들 업체에 모두 투자하고 있는 고아나 캐피털의 롭 힐머 창업자는 지난 5년 대형 IPO가 실종됐던 데다 현재 시장의 위험 선호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힐머는 현재 공개시장에 성장주가 사실상 고갈된 터라 이들이 상장하면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이스X는 상장으로 750억달러를 확보해 기업가치를 1조7500억달러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기업가치가 8520억달러로 평가받았고, 앤트로픽은 300억달러 자본을 확보하면서 몸값이 9000억달러로 뛰었다.
8조달러 돈 보따리 노린다
이들 3개 업체에 모두 투자하고 있는 또 다른 투자자는 "현재 (시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8조달러에 육박한다"면서 "스페이스X가 750억달러를 흡수한다고 해도 이는 8조달러의 고작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를 기다리는 주변 현금이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상장은 AI 테마 온기가 다른 부문으로 확대되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FT에 따르면 공개시장 투자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주로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종목을 통해 AI 성장세에 노출되려 애썼다면서 이들이 상장하면서 AI 연구소들에 직접 투자할 길이 열리면 그 온기가 나머지 시장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수익성·고평가 문제
그러나 이들이 여전히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 보유 자본을 소진하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캐피털 럭스캐피털 공동 창업자 피트 헤버트는 이들 트리오가 아직은 적자라는 점이 걸림돌이라면서 비상장 종목 투자자들은 미래 성장성을 보고 이를 참았지만 공개시장 투자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평가도 문제다.
스페이스X가 목표로 하는 1조7500억달러 기업가치는 지난 1년 매출 190억달러의 91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는 일반 빅테크의 주가매출비율(PSR)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매출 기준으로 M7 빅테크 가운데 가장 비싼 엔비디아조차 PSR이 21배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엔비디아는 막대한 흑자를 낸다는 점도 다르다.
스페이스X IPO의 흥행은 투자자들이 머스크의 비전을 비싼 돈을 주고 살지에 달려있다.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판단하면 흥행 실패를 피할 수 없다.
AI 에이전트를 발판으로 오픈AI를 제치고 AI 선두주자로 나선 앤트로픽은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대규모 투자 지출 계획이 이 흑자를 잠식할 전망이다.
앤트로픽은 최근 스페이스X의 최대 고객이 되기로 하고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연산능력에 연간 15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구글, 아마존과도 수천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지출 계약을 맺은 상태다.
오픈AI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분기 60억달러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지만 투자자들에게 2030년 흑자 전환 전까지 약 6000억달러 현금 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아나의 힐머는 이들 3개 업체는 역대 가장 질 높은 종목들이라면서 운영도 탄탄하고, 성장성 높은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며 낙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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