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가 헌신해도 '물건 취급'...봉사동물 은퇴 후, 누가 책임지나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동물보호법 개정안 농해수위 통과…국가 지원 근거 마련
의료·입양 공백 해소 위한 통합관리·지원센터 필요
"법 통과가 끝 아니다"…예산·시행령 후속 과제 남아
정부, 공공동물병원 지정·의료지원 확대 방안 검토
"보호소 아닌 재활·입양 거점으로"…지원센터 역할 강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봉사동물 입법 촉진 및 지원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은퇴 봉사동물과 함께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단법인 마침표 제공.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봉사동물 입법 촉진 및 지원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은퇴 봉사동물과 함께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단법인 마침표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가를 위해 일한 군견·경찰견·탐지견·구조견 등이 은퇴한 뒤에도 의료와 입양, 재활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은 만큼 예산과 시행령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봉사동물 입법 촉진 및 지원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은퇴 봉사동물의 처우 개선과 지원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포럼은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15명이 공동주최하고 사단법인 지속가능발전연구소 '마침표'가 주관했다.

개회사를 맡은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은 "은퇴 후에도 의료지원과 입양 부담 완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동물은 아직 법적으로 물건"이라며 "법적 지위를 개선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지원 내용이 시행령과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밝혔다.

관련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지난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관련 법안들을 병합심사한 위원회 대안을 의결하면서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에는 국가·지자체의 행정·재정 지원과 은퇴봉사동물지원센터 설치·운영 근거가 담겼다.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 있다.

기조강연을 맡은 이영 마침표 이사장은 "법이 통과됐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예산과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원센터도 단순 수용시설이 아닌 치료·사회화 훈련을 거쳐 입양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제를 맡은 박병배 한국특수탐지견센터 대표는 "봉사동물의 수행을 이끈 것은 유대감"이라며 은퇴 후에도 정서적 돌봄이 이어지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성찬 전국대학동물병원장협의회 회장은 민간 의료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치료·재활·장기요양을 아우르는 가칭 '국가동물보훈병원' 설립도 제안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봉사동물 입법 촉진 및 지원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현종 반려마루 센터장, 연성찬 전국대학동물병원장협의회 회장, 이영 사단법인 지속가능발전연구소 마침표 이사장, 이연숙 농림축산식품부 과장, 김철현 소방청 핸들러, 박병배 한국특수탐지견센터 대표. 사단법인 마침표 제공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봉사동물 입법 촉진 및 지원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현종 반려마루 센터장, 연성찬 전국대학동물병원장협의회 회장, 이영 사단법인 지속가능발전연구소 마침표 이사장, 이연숙 농림축산식품부 과장, 김철현 소방청 핸들러, 박병배 한국특수탐지견센터 대표. 사단법인 마침표 제공

이날 종합토론에서는 은퇴봉사동물지원센터의 입지와 기능, 의료비 지원 방식, 사회적 인식 개선 등 법 시행 이후 풀어야 할 구체적인 과제가 다뤄졌다.

이연숙 농림축산식품부 과장은 "법이 마련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하위법령 마련과 예산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부처별 봉사동물 입양 정보를 통합한 플랫폼과 입양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한편, 은퇴봉사동물지원센터를 국정과제에 포함해 지자체·관계기관과 설치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공공동물병원을 지정해 봉사동물 등의 진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수의과대학과 논의 중이다.

튀르키예 대지진 등 약 235차례 현장에 출동해 14명을 구조한 구조견 '토백'을 입양한 김철현 소방청 핸들러는 은퇴 봉사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주문했다. 김 핸들러는 "그냥 보면 큰 개라 무서워하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했던 아이라고 설명하면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진다"며 국가봉사동물임을 알릴 수 있는 표식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원센터는 단순 보호시설보다 재활과 입양을 연결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현종 반려마루 센터장은 접근성이 좋은 곳에 센터를 마련해 시민과 은퇴 봉사동물이 교감하고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 회장은 민간 기부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성이 떨어진다며 "국가가 중심을 잡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별도 전용병원 설립과 함께 기존 동물병원과 수의과대학 등 의료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전국대학동물병원장협의회와 기업들은 은퇴 봉사동물을 입양한 핸들러를 대상으로 의료비와 사료·용품 등을 지원하는 협약도 체결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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