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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하게 이기지 말자" 111분 혈투서 나온 韓의 선택…中도 주목 "부상당한 류성수 안했다" [나고야 AG]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111분 혈투 속 18-18 승부처, 코트에 쓰러진 中 에이스
약점 공략 거부한 韓… '건강한 선수'와 정면승부 택했다
"승패 초월한 품격" 中 매체도 극찬한 24년 만의 금메달

29일(현지시간)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립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한국 이소희와 백하나 조가 중국 류성수와 탄닝 조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 뉴시스
29일(현지시간)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립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한국 이소희와 백하나 조가 중국 류성수와 탄닝 조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그야말로 전 세계를 감동시킨 '위대한 금메달'이었다. 승리에 눈이 멀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얄팍한 꼼수는 없었다. 오직 정면승부뿐이었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복식조가 24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는 순간, 승패를 떠나 그들이 보여준 '절대 품격'에 패배한 중국 대륙마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소희-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 조는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류성수-탄닝(중국) 조를 세트 스코어 2-1(26-28, 21-18, 21-18)로 무너뜨리고 대망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111분(1시간 51분) 동안 이어진, 숨통을 조이는 대혈투였다.

세계 1위와 2위의 맞대결답게 경기는 시작부터 처절했다. 1게임부터 무려 5차례의 게임포인트를 주고받는 듀스 혈전 끝에 26-28로 석패했다. 한 차례 랠리가 무려 81회나 이어질 정도로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을 향해 갔다. 하지만 이소희-백하나는 무너지지 않고 2게임을 21-18로 챙기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9일(현지시간)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립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중국 류성수와 탄닝 조가 한국 이소희와 백하나 조를 상대로 경기 중 실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29일(현지시간)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립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중국 류성수와 탄닝 조가 한국 이소희와 백하나 조를 상대로 경기 중 실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전 세계 배드민턴 팬들의 시선이 쏠린 운명의 3게임. 스코어는 18-18. 양 팀 모두 금메달까지 단 3점만을 남겨둔 숨 막히는 순간, 코트에 거대한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의 류성수가 왼쪽 다리 경련으로 쓰러진 것이다.

의료진이 투입됐지만 류성수는 정상적인 기동이 불가능했다. 무릎을 꿇고 셔틀콕을 받아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복식 경기에서 한 선수의 발이 묶였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한국 조 입장에서는 다친 류성수 쪽으로 셔틀콕을 집요하게 보내기만 해도 손쉽게 남은 3점을 따내고 24년 만의 금메달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소희와 백하나의 선택은 달랐다. 그들은 금메달로 가는 '가장 쉬운 길'을 거부했다. 한국 조는 의도적으로 류성수에게 셔틀콕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코트를 정상적으로 누비고 있는 탄닝에게 공격을 집중하며, 세계 1위를 상대로 끝까지 '정면승부'를 택했다.

29일(현지시간)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립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이소희와 백하나가 코트에 누워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29일(현지시간)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립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이소희와 백하나가 코트에 누워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이소희, 백하나가 29일 일본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 이소희, 백하나가 29일 일본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결과는 21-18, 한국의 위대한 승리였다. 눈앞의 약점을 노리지 않고도 실력으로 기어코 만리장성을 넘어선 것이다. 경기 직후 이소희와 백하나는 환호하는 대신, 휠체어에 타야 할 만큼 상태가 심각했던 류성수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상태를 살피는 따뜻한 스포츠맨십까지 보여줬다.

이 놀라운 장면에 중화권 매체들은 패배의 아픔을 잊고 한국 선수들을 향해 찬사를 쏟아냈다. 홍콩 매체 'HK01'은 "한국 조가 품격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상대의 부상을 이용하지 않았다(거승인지위·拒乘人之危)"며 극찬했다. 중국 SNS 웨이보에서도 "승리를 상대의 부상에서 얻는 이익이 아닌 기술적 우위 위에 세웠다", "승패를 넘어선 스포츠의 품격"이라는 찬사가 줄을 이었다.

중국 언론들 역시 무릎을 꿇고 끝까지 버틴 자국 선수들의 투혼을 조명함과 동시에, 그 위기를 이용하지 않은 한국의 '대인배'다운 면모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2002년 부산 대회(라경민-이경원) 이후 무려 24년 만에 찾아온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 이소희와 백하나가 111분의 혈투 끝에 목에 건 이 금메달은, 압도적인 실력과 그보다 더 눈부신 품격이 더해져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금메달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배드민턴 #류성수 #탄닝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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