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IB

"자회사 지분으로 빚 갚고 투자하고"…HD현대그룹 EB의 다른 셈법 [fn마켓워치]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관련종목
유안타증권(003470), HD한국조선해양(009540), HD현대(267250), HD현대중공업(329180),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

HD현대, 마린솔루션 활용해 5887억 차입금 상환
한국조선해양은 투자 재원 확보…교환 대상 자회사엔 수급 부담

HD현대 제공.
HD현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HD현대그룹의 잇단 교환사채(EB) 발행에서 현금의 용처와 잠재 매물 부담이 엇갈리고 있다. HD현대는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차입금을 줄이고, HD한국조선해양은 사업 확장에 쓸 재원을 확보했다. 발행사는 재무·투자 여력을 얻지만 교환 대상인 HD현대마린솔루션과 HD현대중공업에는 향후 주식 출회 가능성이 부담으로 남는 구조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전날 보유 중인 HD현대마린솔루션 주식 238만3269주를 교환 대상으로 약 5887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결정했다. 대상 주식은 마린솔루션 발행주식의 5.32%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이며 만기는 5년이다. 조달 자금은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교환가액은 주당 24만7000원이다. 공시상 기준가격인 18만9895원에 30% 할증률을 적용한 가격으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 26일 종가에 단순히 30%를 얹은 구조가 아니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교환가액 산정 방식을 고려하면 기산일 하루의 급락이 최종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발행 시점만으로 주가 저점을 활용한 조달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15억5000만달러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교환가액은 주당 52만3125원으로, 교환 대상은 당시 현대중공업 발행주식의 약 4.32%다. 확보한 자금은 친환경 선박과 해외 조선소, 차세대 에너지,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등 미래 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두 거래의 차이는 자금의 도착지다. HD현대는 기존 차입 부담을 낮추는 데, 한국조선해양은 사업 확장 여력을 확보하는 데 자회사 지분을 활용했다. 같은 EB라도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 투자라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셈이다. 발행사의 조달 성과와 교환 대상 자회사의 주주가치는 따로 살펴야 한다.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마련한 현금이 해당 자회사에 직접 유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상 EB는 기존 주식을 넘기는 방식이어서 신주 발행처럼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교환권 행사 이후 주식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과 투자자의 위험회피 거래는 주가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이자 조달이라는 발행사의 이점과 자회사의 잠재 매물 부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EB 투자자의 공매도 헤지 등이 현대중공업과 마린솔루션의 단기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봤다. 다만, 매도 규모와 시점은 투자자의 전략과 주식 차입 여건, 시장가격 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발행만으로 주가 하락을 단정할 수는 없다.

반면 한국조선해양에 대해서는 확보한 현금을 사업 기회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키윗과의 조선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한미 해양·방산 협력을 구체화하는 행보로 평가하고, 연말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도 제시했다.

향후 평가를 가를 변수는 현금 조달 이후의 성과다. HD현대는 차입금 상환이 금융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지, 한국조선해양은 투자 재원이 신규 수익원으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교환 대상 자회사에는 잠재 물량을 소화할 실적과 기업가치 개선이 요구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EB는 발행사와 교환 대상 기업의 이해관계를 나눠 봐야 한다. 발행사는 현금을 확보하지만 자회사는 직접적인 자금 유입 없이 잠재 매물 부담을 안게 되는 구조"라면서 "같은 자회사 지분을 활용하더라도 빚을 갚는 거래와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거래의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달 조건보다 확보한 현금으로 어떤 성과를 내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김경아 기자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B #HD현대마린솔루션 #HDEB #HD현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