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하이브리드·신차·금융으로 '중국차 반란'에 맞선다
中 '밀어내기 수출'에 韓도 반격
저가 전기차·PHEV 등으로 공세
상반기 韓 수입차 시장서 獨 제쳐
현대차, 하이브리드·전기차 병행
중국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밀어내기 수출'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저가 전기차에 이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까지 공세가 확산하면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한국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하이브리드, 유럽 전기차를 중심으로 신차 공세와 금융·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며 대응에 나섰다.
■"싼 PHEV가 더 큰 위협"
헤너 레니 모빌리티 글로벌 전망·리서치 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중국 시장은 2031년 이전에는 2025년 판매량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판매량은 거의 2014년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내수 시장은 신에너지차 세제 혜택 축소와 중동 정세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이 겹치며 위축됐다. 중국차 메이커가 수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전기차를 넘어 하이브리드로 확산하고 있다. 이상민 모빌리티 글로벌 수석연구원은 "중국 업체가 위협적이라고 하면 다들 저가 전기차만 이야기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에 정말 중요한 시장은 내연기관 기반"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기존 완성차 업체의 풀하이브리드보다 저렴한 PHEV를 앞세워 신흥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차 개발 주기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36~48개월인 데 비해 중국 업체들은 18~24개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시장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레니 부사장은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중국차 수출 물량이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에 집중되는 '풍선효과'에 대해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중국 생산 테슬라 포함) 비중은 41.2%로 처음으로 독일산(30.1%)을 앞질렀다.
■美는 하이브리드, 유럽은 전기차
현대차그룹의 3·4분기 실적은 계열사별로 엇갈렸다. 현대차는 생산 차질로 도매 판매가 11.3% 줄면서 연간 도매 판매 목표를 415만8300대에서 400만대로 낮췄다. 중국 업체들의 유럽 시장 영향력 확대 등으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 현대차의 진단이다.
반면 기아는 글로벌 산업수요가 6.0% 감소한 가운데서도 판매를 늘렸고, 영업이익은 1조8180억원으로 24.3% 증가했다. 다만 관세비용이 5330억원 줄어든 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1770억원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이 내세운 첫 번째 해법은 지역별 맞춤형 파워트레인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유럽에서는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3·4분기 미국 판매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이 26.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아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판매가 118% 늘어 시장 점유율 10.6%를 기록했고, 서유럽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163% 증가하며 시장점유율 6.6%를 달성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유럽은 전기차 판매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전기차를 포기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차 공세에 '금융 방패'까지
신차 공세도 이어간다. 현대차는 4·4분기 국내에 아반떼 하이브리드, 투싼, GV90, G80 하이브리드 등을, 북미에 투싼과 GV80 하이브리드를, 유럽에 투싼과 베이온을 투입한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차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방에서는 가격 인하 대신 금융과 서비스로 맞선다. 이 부사장은 "테슬라나 중국 업체들처럼 가격을 수시로 조정하는 것은 고객 가치를 저해한다"며 "잔존가치유예할부를 통해 월 납입금을 중국 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낮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1000개가 넘는 전기차 서비스 거점도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기아는 3·4분기 대형 상용차와 버스를 제외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36.8%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남은 과제는 원가와 차세대 경쟁력이다. 기아는 향후 3년간 전기차 원가를 연간 10% 수준씩 낮춰 2~3년 안에 하이브리드처럼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전반을 두고 "지금은 괜찮지만 한두 세대 뒤 차량으로 어떻게 경쟁할지가 가장 큰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병행하는 현대차의 '양손잡이 전략'에 대해 "글로벌 레벨에서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