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질량 0’에 가까운 가벼운 입자 검출.. 우주의 기원 밝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5 17:47

수정 2014.10.30 18:09

남극의 중심에 위치한 세계 최대 중성미자 검출기 아이스큐브(Ice Cube)연구소. 연구소를 중심으로 1㎞ 내 면적, 지하 2.5㎞ 깊이의 빙하에 구형태의 디지털 광센서 검출기 5200여개가 묻혀 있다. 이 센서들은 빛의 속도로 외계 우주를 지나온 중성미자의 흔적을 포착한 뒤 지상 연구소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남극의 중심에 위치한 세계 최대 중성미자 검출기 아이스큐브(Ice Cube)연구소. 연구소를 중심으로 1㎞ 내 면적, 지하 2.5㎞ 깊이의 빙하에 구형태의 디지털 광센서 검출기 5200여개가 묻혀 있다. 이 센서들은 빛의 속도로 외계 우주를 지나온 중성미자의 흔적을 포착한 뒤 지상 연구소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아이스큐브(Ice Cube)는 놀랍고도 독창적인 천체물리학적 망원경이다. 남극 빙하 깊은 곳에 위치하지만 우주 전체를 바라보며 북쪽 하늘에서 날아와 지구를 지나온 중성미자(Neutrino)와 남쪽 하늘에서 직접 날아온 중성미자를 모두 볼 수 있다. -미국 국가과학재단 극지 프로그램 담당자 블라디미르 파피타시빌리
'중성미자의 흔적을 따라 우주의 기원 밝힌다.'

지난해 가을 힉스입자의 존재가 증명된 이후 전 세계 물리학계의 이목이 중성미자의 흔적 찾기로 옮겨가고 있다. 5일 과학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핵천체물리학 연구그룹인 아이스큐브 연구팀이 최근 남극에 있는 세계 최대 중성미자 검출기 '아이스큐브'에서 태양계 외부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중성미자를 검출했다고 발표하면서 향후 노벨 물리학상 수상 후보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연구성과 논문에 한국 성균관대학교의 카르스텐 로트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해 이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오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의 연구진도 일정 부분 연구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빙하 속에 들어 있는 구형 중성미자 검출기. 아이스큐브 연구팀은 남극점 인근 빙하에 86개의 구멍을 뚫어 케이블의 17m 간격마다 한 대의 구형 검출기를 투입했다.
빙하 속에 들어 있는 구형 중성미자 검출기. 아이스큐브 연구팀은 남극점 인근 빙하에 86개의 구멍을 뚫어 케이블의 17m 간격마다 한 대의 구형 검출기를 투입했다.


■우주의 탄생과정 밝히는 키 '중성미자'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 12개 중 하나인 중성미자는 전하를 띠지 않은 미세한 입자로 질량이 0에 가까운 가장 가벼운 입자다.

질량이 가장 가볍기 때문에 우주의 다른 행성의 중력장이나 먼지, 가스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초장거리를 여행할 수 있으며, 입자가 매우 작아 1초에 1㎠ 면적에 1000억개의 중성미자가 인체뿐만 아니라 지구를 관통할 수 있다.

지구를 통과하는 중성미자는 주로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으로 만들어지거나 우주선이 지구 대기에 부딪힐 때 생성된 것이 대다수이지만 간혹 우리 은하 밖 외계로부터도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중성미자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물질과 반응하는 일도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외계에서 온 중성미자를 분석하면 우주의 가장 먼 곳에서 일어난 별의 충돌이나 폭발 등을 추적할 수 있으며 외계 은하의 생성 원리를 통해 우주의 기원과 진화 과정도 분석할 수 있다.

지상에 노출된 중성미자 검출기. 일정한 간격으로 케이블에 달려 중성미자의 흔적을 탐지한다.
지상에 노출된 중성미자 검출기. 일정한 간격으로 케이블에 달려 중성미자의 흔적을 탐지한다.


■남극 얼음을 거대 중성미자 망원경으로

남극에 위치한 세계 최대 중성미자 검출기 아이스큐브는 지구를 통과하는 중성미자를 검출하고 궤적을 분석하는 일종의 거대 망원경이다.

해발 2700m 고도에 위치한 미국의 아문센-스콧 남극기지를 중심으로 1㎢ 면적의 빙하에 86개의 구멍을 뚫고 지하 1450m에서 2450m의 깊이에 구 형태의 디지털 광센서 검출기 5160개를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지상에는 324개의 광센서 검출기를 매달았다.

이렇게 구축된 검출기는 땅속을 통과한 중성미자와 우주에서 남극 상공으로 향하는 중성미자의 흔적을 쫓는다. 지상보다 빙하 속에 검출기를 더 많이 배치한 이유는 지상보다 중성미자의 관측이 쉽기 때문이다. 중성미자가 포함된 우주 입자가 지구 중심부를 관통하면서 걸러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은 중성미자만 남는다. 또 빙하가 태양방사선과 우주방사선 같은 자연방사선 광자를 막아준다.

북극 상공에서 지구를 관통해 남극의 빙하를 맞닥뜨린 중성미자는 간혹 빙하의 수소나 산소 원자와 부딪히면서 미세한 푸른 빛(체렌코프 방사선)을 남기기도 한다. 빙하 속의 아이스큐브 광센서가 그 흔적을 포착해 지상의 연구실로 데이터를 보내면 연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중성미자의 궤적을 분석해 어디서 온 것인지를 밝힌다.

■3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 노벨상도 기대

지난 2003년부터 구축하기 시작한 아이스큐브 검출기는 2010년 12월에 완공된 후 만 3년 넘게 가동 중이다. 그 사이 괄목할만한 성과도 내놨다. 지난해 11월 태양계 외부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 고에너지 중성미자 28개를 최초로 검출한 것. 이번 중성미자 검출로 아이스 큐브 연구팀은 힉스입자의 존재를 증명한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이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교 매디슨 캠퍼스 연구팀을 중심으로 미국과 독일, 벨기에,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과 한국 등 전 세계 12개국 42개 대학 연구팀의 연구자 250여명이 연합한 아이스큐브 연구팀은 미국 국가과학재단 및 독일연구재단(DFG), 벨기에 과학재단(FWO-Vlaanderen) 등 각국 10개 과학재단의 펀딩을 받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의 카르스텐 로트 교수 연구팀이 암흑물질 탐색팀에 참여 중이다.
최근 연구성과 논문에서 공동저자로 참여한 카르스텐 로트 교수는 "이번 초고에너지 중성미자 검출은 천체입자물리학의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라며 "향후 중성미자가 어디서 날아왔고 어떤 과정을 통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추가 분석이 나오면 노벨 물리학상 수상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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