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수술 중 마취제 과다투여로 '뇌손상'..法 "병원장 4억 배상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1 08:02

수정 2019.07.01 10:47

척추 수술받다가 사지 마비된 70대 남성
전신마취제 적정량보다 과다 투여 
법원 "일부 의료 과실·설명의무 위반"
1심 이어 2심도 4억여원 배상 판결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사진=픽사베이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사진=픽사베이

척추수술을 받던 중 최면진정제를 과다 투여한 의료과실로 뇌손상을 입게 된 70대 남성에게 병원 측이 4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이창형 부장판사)는 A씨(74)가 신경외과 의사 B씨와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 B씨는 4억800여만원을, 한화손해보험과 B씨는 함께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척추 수술받다 뇌손상
평소 허리 통증에 시달려왔던 A씨는 2014년 10월 B씨가 원장으로 있는 서울시 강남구 한 병원에서 ‘척추관 협착증’ 집단을 받고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다. 척추관 협착증은 노화로 인한 퇴행으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병원 측은 A씨가 입원한 당일 오후 5시15분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의료진은 A씨에게 척추 경막 외 마취를 시행했고, 수술 과정에서 프로포폴과 같은 전신마취제인 미다졸람을 두 차례 투여했다. 또 오후 6시께 A씨를 복와위(엎드려 누운 자세)로 눕혔다가 25분 뒤 바로 눕도록 자세를 바꿨다.

A씨는 오후 6시15분부터 6시30분까지 맥박이 느리게 뛰고, 혈압 저하와 함께 산소포화도가 88%수준(정상범위 95%이상)으로 떨어졌다. 이에 의료진은 강심제인 에피네프린과 아트로핀을 주입했고, 기도확보를 위해 기관내 삽관을 시행하며 산소를 공급했다.

그러나 A씨는 차도 없이 같은 날 밤 11시55분 종합병원으로 옮겨졌고, 치료를 받았음에도 저산소성 뇌손상 진단을 받게 됐다. A씨는 현재까지 사지 마비·인지기능 저하·연하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A씨 측은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됐다”며 병원장인 B씨, 병원과 1억원 한도로 의사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한화손보를 상대로 총 8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法 "미다졸람 과다 투여·설명의무 위반"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일부 과실이 있었고,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미다졸람을 과다 투여할 경우 호흡 저하를 유발할 수 있음에도 A씨의 체중 및 나이 등에 비해 이를 과다 투여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다졸람 투입 직후 복와위로 눕힐 경우 기도폐색 등의 위험성이 높아져 보다 면밀한 경과관찰이 필요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며 의료진의 과실로 A씨가 장시간 호흡 곤란을 일으켜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렀다고 인정했다.

일반적으로 경막 외 마취의 경우 미다졸람은 약 0.05mg/kg 정도 투여하고, 노인의 경우 용량을 더 줄이기도 한다. 당시 몸무게 70kg이었던 A씨에게 필요한 미다졸람의 용량은 3.5mg 정도인데, 70세가 넘는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그보다 더 적은 양의 용량을 투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미다졸람은 과다 투여 시 의식 및 호흡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진은 A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4mg의 미다졸람을 투여했다.

재판부는 “이는 일반인에게 필요한 용량을 초과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고령인 A씨에게 상당히 과다한 용량이었을 것”이라며 “여기에 급속한 호흡 곤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의료진은 기도폐색, 호흡 곤란 등 조짐이나 징후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 “수술·검사·마취 서약서에 미다졸람으로 인한 호흡 곤란 등의 위험성에 관해 아무런 설명이나 기재가 없었다”며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다만 수술에 내재되는 위험성과 의료진의 수술 후 기울인 노력 등을 감안해 B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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