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침체를 우려해 이달과 6월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등 취임 이후 강경 관세 정책을 지속하면서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금융시장에서 오는 17일에는 거의 틀림없이 ECB 기준금리가 0.25% p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블룸버그 자료를 인용해 투자자들은 17일 ECB 통화정책회(MPC)에서 금리가 0.25% p 인하될 가능성을 90%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한 2일 상호관세 발표 직전 70%에서 큰 폭으로 그 확률이 높아졌다.
투자자들은 올해 ECB가 두 차례, 어쩌면 세 차례 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픽텟자산운용의 거시분석 책임자 프레더릭 듀크로쳇은 이달 0.25% p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이는 7회 연속 인하가 되는 것이라면서 6월에 또 금리를 내리는 것은 재고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듀크로쳇은 금리 인하가 아닌 다른 결정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여기서 관건은 전망이 그토록 비관적이어서 ECB가 경기부양을 위해 더 큰 규모의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유동성 지원을 위해 ECB가 그렇게 하는 것인지라고 덧붙였다.
MPC 표결권이 있는 ECB 집행이사회 26명 가운데 한 명인 야니스 스토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FT와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을 경고했다.
그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유로존이 대규모의 ‘부정적인 수요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이는 심각한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것이란 우려 속에 뉴욕 증시를 비롯해 전 세계 증시는 7일까지 사흘을 내리 폭락했다. 안전자산인 유로화 가치는 뛰었다.
유로 가치가 오르면 수입물가가 내리고, 유로존의 수출은 차질을 빚어 ‘수요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
아문디 자산운용의 글로벌 거시책임자 마흐무드 프라단은 “전세계 곳곳에서 갑작스럽게 성장이 핵심 문제가 돼버렸다”면서 “이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보다 더 큰 관심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각국 중앙은행이 트럼프 관세에 따른 경기 침체 후폭풍으로 관심을 이동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관세로 인해 중국 저가 제품이 전 세계 시장에 풀리게 될 것이라는 점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가중시키는 요소다.
트럼프는 취임 뒤 중국을 연일 때리고 있다. 기존 관세에 더해 20% 관세를 물린 데 이어 2일에는 34% 상호관세까지 추가했다. 7일에는 중국이 보복관세 34%를 철회하지 않으면 50% 추가 관세까지 때리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엄청난 관세에 직면한 중국 제조업체들은 미 이외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저가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면 디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진다.
이와 관련해 바클레이스는 유로존 경제가 올 2분기에 침체에 빠져 올해 말까지 하강을 지속할 것으로 비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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