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사태로 방역당국이 병원과 식당 등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가 업주의 손해를 전부 또는 일부라도 보전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감염병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지목돼 방문객이 급감하거나 임시 휴업하게 될 경우 업주 입장에서는 막대한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 폐쇄·출금, 손실보상 대상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감염병예방법) 70조는 감염병 환자가 발생·경유하거나 그 사실이 공개돼 요양기관(의료기관, 약국, 보건소 등)에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보상을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요양기관 외 사업장과 법인·단체 등 민간 영업장이 입은 영업손실에 대해서는 보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감염병예방법 70조 1항은 예외적으로 '국가가 해당 민간 영업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거나 일반 대중의 출입을 금지한 경우, 해당 장소 내 이동을 제한한 경우 등에 해당한다면 손실보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실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정부의 건물 폐쇄 등에 따라 휴업한 상점 35개소를 대상으로 손실보상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 다만, 정부의 폐쇄명령이 없었는데도 자발적으로 임시 휴업한 경우는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현행 감염병예방법에 따를 경우 민간 영업장의 영업손실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경우는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법조계는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피해 구제 노력에 따라 손실보상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 특성에 따라 기존의 손실보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손실보상의 대상 및 범위를 별도로 정해 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이 근거다. 여기에 현재 국회에서 요양기관 이외의 민간 영업장에 대한 손실보상을 확대하는 개정안이 논의 중인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제노력 따라 보상범위 확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어렵다면 방역당국이 민간 영업장을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로 공개함으로써 영업손실을 초래한 행위에 대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국가배상법 2조 1항은 원칙적으로 국가의 배상책임은 공무원이 직무집행상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힌 경우에 인정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박영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감염병예방법은 복지부 장관에게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시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따라서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공개하는 것은 ‘적법한 행위’로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기관 등이 손실보상금 지급대상에 해당하는데도 보상금이 미지급된 경우에는 복지부장관의 보상금 지급거부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앞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환자의 치료, 진료, 격리로 인해 발생한 손실보상을 청구했지만 복지부가 의료법상 명령 위반을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내 1·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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