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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 아니었던 확률형 아이템... '사기죄' 적용도 어렵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3 06:30

수정 2021.03.23 06:29

법조계 "'고의성' 핵심인데, 입증하는 데 난관" 
요건 쉬운 전자상거래법 위반은 적용 가능
넥슨코리아 본사. 사진=뉴스1
넥슨코리아 본사.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게임회사들의 최대 수익원 중 하나인 '확률형 아이템'(확률에 따라 지급되는 아이템)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최근 게임사들이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마저 나오면서 소수점에 불과한 확률과 심한 과금 유도에 ‘사기죄’ 고소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전자상거래법 위반죄 적용은 가능하지만 형법상 사기죄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넥슨의 유로 아이템 확률 공개 이후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넥슨이 지난 5일 ‘사행성 논란’이 불거지자 공개한 아이템의 확률 중 0%가 포함돼 있으면서다. 소비자들은 출시 10년이 넘었는데 이제 공개한 것이 ‘기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사기죄 어려울 듯...“기망행위에 해당 안 돼”
하지만 확률 0%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기망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를 두고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거짓·과장 광고나 기만적 광고가 기망행위로 인정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넥슨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것이 인정돼야 한다. 의도적으로 조작한 뒤 이를 알리지 않고 아이템을 계속 팔아왔다는 것이 입증돼야만 게임회사의 ‘고의성’이 인정된다. 그때서야 현 넥슨의 행위가 사기죄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알고리즘 자체가 영업비밀인데다가 설계 자체도 복잡해 특정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이광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번 사태 자체가 넥슨이 확률을 공개하면서 촉발됐기 때문에 적극적 기망행위로 보기 어렵고, 알고리즘 설계상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아이템 구매로 모두의 수준이 높아지면 다른 아이템의 가치가 없어지는 건 게임의 특성인데, 게임 유지를 위한 알고리즘 개발 과정에서 기계적인 착오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 알고리즘을 완전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조작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 한 (사기죄가) 인정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게임회사들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를 어겼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사기죄 성립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고지의무는 소비자가 확률이 0%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해당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성립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이 변호사는 "결국 확률이 0%인 아이템을 반복적으로 대량 구매한 이용자의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단순히 0%라는 사실만으로 게임의 운영행위 전체를 ‘사기’로 보는 것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법 위반죄 적용은 가능
반면 전자상거래법 위반 적용은 가능할 전망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거짓·과장 사실을 알려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알게 할 우려 있는 행위만 인정되면 처벌이 가능하다. 해당 행위로 인해 소비자가 꼭 피해를 입어야만 성립하는 죄가 아닌 것이다.

이처럼 전자상거래법 위반은 고의성이 인정돼야 하는 사기죄보다 요건이 까다롭지 않다. △잘못된 확률 고지 △확률 상승에 대한 과장광고 △일부 설정된 확률이 현저히 낮음에도 ‘랜덤지급’ 등을 명시한 경우 등이 충족되면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

앞서 넥슨은 지난 2016년 FPS(1인칭 총기) 게임 서든어택 내 특정 아이템의 확률을 조정해 공정위로부터 45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넥슨이 확률 조정 여부나 확률에 대해서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오인을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전자상거래법 위반은 허위 내용으로 속여서, 사업자한테 처벌하는 게 골자”라며 “당초 0%에 가까운 확률이었는데, 마치 뽑힐 확률이 높은 것처럼 광고를 했고 이야기를 한 것이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법 위반이 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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