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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TS·이루마 곡 무단 편곡... 불법 피아노책 어쩌나 [줄소송 악보저작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7 17:00

수정 2021.06.08 15:15

[줄소송 악보저작권 2]
꼼수 저작권 침해 잇따라 소송
무단 사용하며 배째라 출판사들
KOMCA 부실관리에 비판 이어져
[파이낸셜뉴스] 저작권 이용허락 없이 악보집을 만들어 판매하는 출판사가 다수 확인됐다. 이용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몰래 팔거나, 다른 책으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증지(저작권이 관리되고 있다는 표시)를 받은 뒤 전혀 다른 악보에 붙여 파는 ‘텍갈이’ 사례도 적발됐다.

저작권자들은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한다. 저작권 관리 책임이 있는 KOMCA의 관리부실이 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참다 못한 유명 저작권자들은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방탄소년단과 이루마 등 유명인의 곡을 무단으로 편곡한 악보집이 피아노학원 등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fnDB.
방탄소년단과 이루마 등 유명인의 곡을 무단으로 편곡한 악보집이 피아노학원 등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fnDB.

‘텍갈이’ 등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유명 작곡가들이 출판사 다수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이루마씨 등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다수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저작인격권과 2차 저작물에 대한 무분별한 침해가 잇따르는 음악계 현실을 바꾸기 위한 목적이다.

음악저작권 침해는 통상 KOMCA가 관리한다. 원작자들이 KOMCA에 저작권 관리를 위임하면 곡과 함께 악보 일체를 신탁받아 관리하는 것이다. 악보를 이용하려는 출판사는 KOMCA로부터 이용허락 승인과 증지번호를 받아야 한다. 사용료를 내고 승인과 증지를 받은 곡에 한해서만 악보집을 복제해 판매할 수 있다. 당연히 판매량에 따른 수익도 작곡가에게 배분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식 루트’를 밟지 않고 악보를 판매해온 출판사가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이루마씨는 2019년 KOMCA와 신탁계약을 해제했다. 이후 A출판사가 악보집을 내고자 2020년 1월 이용허락을 신청했다. 해당 출판사는 ‘위탁범위 제외 사실’을 알았지만 악보집 3권을 출판했다. 엄연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2019년 12월 이전에 출판된 악보집에선 ‘텍갈이’ 사례도 발견됐다. 승인을 받은 것과 전혀 다른 곡들이 실린 악보집에 증지를 붙여 판매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낸 한 악보집에는 방탄소년단(BTS)과 이루마 곡을 비롯해 <이누야샤>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유명 애니메이션의 OST 피아노곡이 담겨 있다. 수록곡들은 모두 원작자 의도와 다르게 무단으로 편곡돼 있다.

원곡자에게 대가가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출판사들은 권당 1만2000원~1만7000원 사이로 악보집을 판다. 이중 약 8%(약 1000원) 정도의 저작권료가 KOMCA에 지급된다. 증지가 바뀌어 있으므로 실제 악보집에 실린 곡의 원작자들이 수입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악보집은 일반 피아노학원에서 현금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통계를 잡기도 어렵다.

악보 사용 권리를 정식 위탁받은 업체가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6만3000여권이 무단으로 유통됐고 피해금액은 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는 최근 이들 출판사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상황이다.

피아노 악보집에 실린 악보가 원작자에게 개작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fnDB.
피아노 악보집에 실린 악보가 원작자에게 개작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fnDB.

“왜 나한테만 그래” 반문하는 출판사

더욱 큰 문제는 출판사들의 인식이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출판사들은 사건이 공론화된 뒤 “다른 큰 회사들도 다 하는데 우리한테만 왜 그러냐”고 억울해 했다고 한다.

물론 불법이란 점을 인식하는 출판사도 많다. A출판사는 고소장이 접수된 뒤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 A사는 “이용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이 사건 악보집을 출판·판매해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것을 인정한다”며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위반한 출판물을 회수하고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작권자들은 침해상황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음악계 한 관계자는 “곡이 어떤 출판물에 어떻게 변형되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일일이 모니터링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작곡가들 사이에 불만이 크지만 출판사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한다는 게 어려워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처벌이 약하다는 점도 재발 이유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 저작권법 위반 혐의 고소장이 접수된 B출판사에 대해 초범이라는 점과 사안이 비교적 중하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후 B출판사는 같은 수법으로 악보집을 판매하다 재차 고소장이 접수됐다.

음저협이 더욱 적극적으로 악보출판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협회원들의 불만이 잇따른다. 음저협.
음저협이 더욱 적극적으로 악보출판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협회원들의 불만이 잇따른다. 음저협.

돈만 받고 끝? KOMCA의 부실 관리

저작권 관리 주체인 KOMCA가 더 적극적으로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텍갈이 등의 사례는 KOMCA가 더 적극적으로 실태조사를 할 경우 상당부분 자정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KOMCA는 이사와 정회원, 저작권보호위원회 직원이 매달 4회 전국 대형서점 등에서 현지 조사를 거쳐 위반업체에 소명 절차나 법적조치 등을 취한다. 조사 내용은 △증지 오부착 출판물 조사 △증지 미부착 출판물 조사 △수록곡과 이용허락곡 일치 여부 등이다.

KOMCA는 이용계약약관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기간을 정해 사용자에게 계약 체결과 납부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15% 한도 내에서 가산금 부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충실한 관리가 이뤄지는지는 의문이다. 실제 일부 작곡가들은 KOMCA와의 계약해지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KOMCA가 실태조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KOMCA에도 신고를 했고, (KOMCA에) '대형서점에 와서 직접 보라'고도 했지만 경고조치로 끝났다”고 답답해했다.
이 관계자는 “후속조치를 봐도 협회가 언제부터 안했는지 확인하고서 만약 1년 정도를 안 냈다면 1년에 대한 금액만 징수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KOMCA 측은 “법무팀을 통해 누락된 사용료를 징수하고 있다”며 “아울러 29개 출판사에게 공문을 보내 증지 미부착 및 고의 오부착 행위, 악의적 침해행위 등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과 사용승인 거절을 할 수 있음을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행중인 실시간 음반 심사내역 알림서비스의 확대 적용을 검토 중에 있으며, 온라인 상 저작권 침해사례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삭제.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사업자와 핫라인을 신속히 구축하겠다”면서 “계속해서 회원들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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