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착륙 슬롯 소진율 50% 적용 유예
[파이낸셜뉴스]
EU가 항공사마다 배정된 항공편 중 절반 이상을 띄우도록 규정을 마련한 탓에 자칫 손님이 타지 않은 '유령 항공편'을 띄워야 할 처지에 놓여 손실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국내 양대 항공사가 유럽 각국을 설득해 규정 적용을 유예시켜 시간을 벌게 됐다.
7일 국토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와 유럽 7개 국가는 이번 동계 시즌에 도입키로 했던 이착륙 슬롯 소진율 50% 적용의 유예를 결정했다. 해당 국가는 △이탈리아 △체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이다.
지난 7월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4월까지 운영될 동계 시즌에 적용할 이착륙 슬롯 운영 방침을 발표했다. 슬롯은 항공기가 공항에 순차적으로 뜨고 내릴 수 있는 시공간적 순서를 말한다. 항공사들은 공항별로 슬롯을 배분받아 항공 노선을 운항한다.
원칙적으로 항공사는 배정된 슬롯의 80% 이상을 운항해야 슬롯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승객 수요가 급감하자 EU 측은 해당 의무 비율의 적용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동계 시즌에 항공 여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50% 비율을 재도입키로 한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해가는 EU 역내 항공운송과는 달리,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유럽~아시아 항공 여객 수요가 여전히 바닥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50% 의무 비율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승객을 태우지도 않은 유령 항공기를 띄워야 할 처지에 놓였던 것이다. 국제항공여행협회(IATA)도 EU의 결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로, 항공사가 채산성 및 이착륙 슬롯 유지를 위해 무승객 항공편 운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국토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의견을 수렴해 EU와 각 국가에 서한을 보내 설득에 나섰고, 9월 말 의무 규정 적용 유예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방역 상황으로 인해 이번(동계) 시즌에는 규정을 상호 유예하자는 서한을 EU집행위에 보냈고, 개별 국가도 접촉해 양해를 구했다"며 "모두 긍정적인 내용으로 회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내년 4월까지 50% 소진율을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내 항공사들의 슬롯이 반납되면 유럽 항공사들이 빈 슬롯을 채갈 가능성이 있었는데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나서 다행이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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