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남녀 구분 없이 ‘제 3의 성(性)’을 표시한 여권 발급을 시작했다. 미 정부는 해당 여권을 사용한다면 동성애 등이 불법인 국가에서 입국이 거절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영사사업부는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앞으로 여권 신청시 남성과 여성 외에도 ‘X’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해당 성별은 남녀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성 정체성을 가졌거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특정 성별로 나누기 어려운 ‘간성’ 국민 등을 위해 새롭게 도입됐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다나 짐이라고 알려진 전직 군인이 성별 표기 문제로 국무부와 소송을 벌였다. 그는 자신의 성별을 남녀로 나눌 수 없다며 여권 신청 시 성별 기재란에 ‘간성’이라고 쓰고 별도의 문서를 통해 'X'로 성별 표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21년 10월에 성별이 ‘X’로 표시된 여권을 발급받았으며 미 국무부는 행정 절차를 거친 뒤 올해부터 모든 여권 신청자에게 같은 선택지를 제공하겠다고 예고했다. AFP통신 의하면 현재 최소 11개국에서 여권에 성별을 ‘X’, ‘기타’로 표시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보다 앞서 'X' 성별 표시를 허용한 나라는 호주, 뉴질랜드, 독일, 네팔, 캐나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간성 등 성소수자와 관련해 "개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의 자유, 존엄성, 평등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X’ 성별 표기를 원하는 신청자는 이를 위해 별도의 증빙서류를 낼 필요가 없다. 국무부는 여권 신청서의 성별이 이전 여권이나 신분증 등 다른 서류와 일치할 필요가 없으며, 16세 미만이 여권을 신청한다면 법적 보호자 동행하에 자율적으로 성별을 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무부는 동성애 등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국가에서 ‘X’ 성별 표시로 인해 입국이 거절될 수 있다며 만약을 위해 여행 시 법적 문서나 의료증명서를 지참할 것을 권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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