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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주주환원?..."기업의 '내맘대로 처분'이 망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5 13:44

수정 2022.06.15 13:44

뉴시스 제공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기업의 ‘자기주식(자사주) 처분’과 관련된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자사주 매입(취득)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강소현 연구위원은 ‘국내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처분 실태’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담아냈다. 강소현 연구위원은 코스피·코스닥시장의 상장기업 보통주에 대해 지난 202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자기주식 취득·처분 공시를 분석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 공시의 90% 이상이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이뤄지지만, 자사주 처분 공시의 3분의 2 가까이는 ‘임직원 성과보상’을 위해 이뤄진다.

그러나 자사주 처분 공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자사주 매입 목적과는 다르게 처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임직원 성과보상을 위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451만주에 불과하지만, 처분 예정된 주식수는 약 4400만주에 달한다.

이에 대해 강소현 연구위원은 “자사주의 자유로운 처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주주환원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시 건수와 실제로 처분하는 자사주의 양도 괴리가 크다. 건수로 보면 자사주 처분 공시 837건 중 임직원 보상을 위한 공시가 517건으로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주식수로 보면 처분 주식 3분의 2 정도가 ‘자금 확보(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를 위한 처분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매입에 비해 자사주를 처분할 때의 ‘매매 방식’이다.

기업의 자금 확보를 위한 자사주 처분은 대부분 시간 외 대량매매로 이루어진다. 이는 상당한 규모의 자기주식이 처분 공시와 함께 시장에 재유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상장기업의 매입이 대부분 장내에서 이뤄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거래법상 자사주 처분은 자기주식 취득과 달리 처분방법이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강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자사주 처분방법은 정관에서 정하고 정관에 없는 사항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돼, 기업은 자사주 처분에 상당한 재량권을 갖게 된다.

강 연구위원은 “자사주 매입은 주주환원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되지만, 이는 매입한 자사주가 처분되지 않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라며 “자사주 처분의 경우 매각가격과 처분방법의 적정성이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자사주 처분을 회사 경영진이나 지배주주가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자기주식을 우호 세력에게 매각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유도하거나 인적분할 시 추가적 지분취득 없이도 지배주주의 지분을 높이는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라며 “이 경우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의 이해가 충돌하고 소수 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최근 자기주식 취득과 함께 처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재무적 관점에서의 연구와 법제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상당 규모의 처분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학계와 일반 주주의 관심도가 낮아 이에 대한 실증 분석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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