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기자단, 우리 공군 단독 및 한미 연합 초계비행 동행
[파이낸셜뉴스]
오후 3시5분쯤 관제사의 이륙 신호가 떨어졌다. 엔진이 굉음을 내면서 기체가 활주로를 빠르게 내달리더니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이들 전투기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국군 단독 및 한미 연합 초계 비행을 지난 20~21일 실시했다. 이번 공군 전투기들은 초계 비행을 통해 주요 전적지 상공을 차례로 돌며 호국 선열을 기렸다.
20일에는 우리 공군 단독으로, 21일에는 한미 연합 방식으로 초계 비행이 이뤄졌다. 이번 비행은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킬수록 한미 동맹 연합 방위 태세가 한층 더 굳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차원이라고 공군은 설명했다. 우리 공군 전투기 비행에 기자들이 동참한 건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말 이후 약 7년 만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 공군 단독 초계비행이 아닌 한미 공군이 함께한 초계비행에 기자단이 동승해 취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공군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될수록 한미동맹의 연합 방위태세가 한층 더 굳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20일엔 김태욱 비행단장(준장)이 직접 F-15K 편대기 후방석에 앉아 비행을 지휘했다. 비행은 '대구기지→포항·울산→부산·거제 일대→합천 해인사 일대→세종→평택→강릉→대구기지' 경로로 짜였다.
102비행대대 제1비행대장 강요한 소령은 "이곳은 한국 전쟁 당시 우리 공군이 미 공군의 F-51무스탕 전투기 10대를 처음 들여와 1950년 7월3일 역사적인 출격을 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포항은 1950년 8월11~31일 포항 지구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다. 당시 포항지구 학도병, 국군 제3사단, 민기식 육군 대령 등 2개 대대 규모 예비대(일명 민부대)가 북한군 남하에 맞서 방어전을 펼쳤다.
전투기들은 한국 경제 발전 상징인 울산공단과 포항제철 일대를 지났다. 이는 현재 고물가와 에너지 가격 급등, 세계적 경기 침체, 미국발 금리인상 등 복합적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음을 환기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부산신항을 지난 F-15K 편대는 부산~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 상공을 거쳐 거제도 조선소 위를 날았다. 거제도 수용소 역사를 되돌아보자는 의미였다. 거제도 수용소는 한국 전쟁 중 한국군과 유엔군이 잡은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 약 17만명을 수용했던 시설이다.
전투기 편대는 오후 3시35분 경남 합천 일대에 들어섰다. 편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한민족의 국보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 등 가야산 위를 날았다. 1951년 8월 공군은 지휘부로부터 '가야산에 숨은 인민군 900명을 소탕하기 위한 폭격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기수를 돌렸다. 명령 불복종에 따른 즉결처분까지 각오한 그들의 결단으로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은 오늘날까지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날 비행에서는 세종시 일대에서 평택 구간까지 한미 연합 초계 비행이 실시됐다. 주한미군의 F-16 전투기 4대가 한국 공군 F-15K 편대에 합류했다.
한미 연합 편대는 오후 4시2분 평택에 이르렀다. 편대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 시설인 삼성전자 평택공장 상공을 지났다. 이 공장은 지난달 한미 정상 회담을 위해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들렀던 곳이다. 강 소령은 "삼성전자 평택공장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심장으로 오랫동안 건제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평택은 한국 전쟁 당시 스미스 중령이 지휘하던 미군 파견 부대가 북한군과 맞선 첫 교전인 '죽미령 전투'를 벌인 지역이기도 하다.
미군과 헤어진 F-15K 편대는 평택에서 기수를 동쪽으로 틀어 강원도로 향했다.
편대는 원주를 지나 오후 4시18분께 강릉 상공에 도달했다. 편대 3번기를 조종한 한승훈 대위는 "강릉은 한국 전쟁 당시 공군의 전진기지가 있었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한국 공군은 북한군 중부 전선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유엔 공군 일원으로 단독 출격 작전을 폈다. 강릉 일대에서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 평양 대폭격 작전, 351고지 전투 지원 작전 등을 수행했다. 비행을 마친 편대는 오후 4시55분께 대구 기지로 귀환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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