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서울 광화문광장이 1년9개월 동안 새단장 공사를 마치고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역사성을 갖춘 공원 같은 광장'이라는 조성 목표에 맞게 광장은 면적의 4분의 1이 녹지로 채워졌고 여러 역사 유적들이 복원돼 시민들을 맞이한다.
서울시는 5일 오후 7시부터 9시30분까지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광장 재개장 기념행사 '빛모락(樂)'을 개최한다. 빛모락은 '빛이 모이는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간의 빛·사람의 빛·공간의 빛 등 3개의 빛을 주제로 진행되며 71인조 시민 오케스트라, 김창완밴드, 이날치, 오마이걸의 공연 등 이어진다.
이날 광화문광장 개장행사로 인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광화문 광장 앞 세종대로가 전면 통제된다. 시는 당일 관람객 및 인근 지역을 경유하는 시민들의 이동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버스 임시 우회운행, 지하철 역사 안전 강화, 도로소통 정보 제공, 불법 주정차 특별단속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 휴식공간 더해 역사의 흔적 알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새롭게 개장하는 광화문광장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부터 정부서울청사 인근까지 구역인 '시민광장'과 광화문 앞면 일대의 '역사광장'으로 나뉘어 조성됐다. 총면적은4만300㎡로 기존보다 2배 이상 넓어졌으며 광장 폭도 35m에서 60m로 1.7배 확대됐다.
광화문광장 재조성은 △재미 요소를 더한 수경·휴게공간 △육조거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발굴 문화재 현장 전시 △역사문화 스토리텔링을 더한 즐길거리 △광장 주변과 연계한 문화·야경 콘텐츠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먼저 광장은 충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면적의 4분의 1이 녹지로 조성됐다. 시는 광장 곳곳에 한국 고유 수종을 중심으로 해 5000주의 나무를 식재하고 그 주변으로 다양한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녹지공간은 기존에 비해 3.3배 늘어난다.
이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시간의물길'이라는 이름으로 광장주변에 벽천, 우물, 분수 등 7개의 수경시설이 설치됐다. 이중 물줄기로 자음·모음을 만들어내는 '한글분수'와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명량분수'는 광화문 광장을 지켜온 세종대왕의 민본정신과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되새기는 동시에 더운 여름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또 공사 중 발굴된 '사헌부 터 문지'를 비롯한 유구와 매장문화재 중 일부는 발굴 당시 모습 그대로 현장전시장으로 조성된다. 사헌부 터 이외에 삼군부 터(정부종합청사 앞) 병조 터(세종로공원 앞) 형조 터(세종문화회관 앞) 등 육조거리의 다른 유구는 보존을 위해 다시 흙으로 덮혔지만 상부에 해당 건물의 담장, 배수로 등을 재현하고 안내판 등을 설치해 시민들이 육조거리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게 했다.
더불어 역사광장 내 궁궐 월대와 해치상 복원의 경우 시와 문화재청이 협업해 2023년까지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월대는 궁궐 등에 건물이 높인 넓은 기단으로 각종 의식이나 왕이 백성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쓰였다. 시는 월대 복원을 위해 광화문 앞 율곡로의 직선 구간은 월대를 감싸는 유선형 구조로 변경하고 있다. 현재 광화문 앞에 있는 해치상도 월대가 복원되면 원래의 위치인 월대 끝 양옆에 세워질 예정이다.
시는 시민들의 편리하고 쾌적한 광장 사용을 위한 운영기준도 마련한다. 문화행사 개최 등을 위한 광장 사용 허가 영역은 광장 북측의 '육조마당'과 세종대왕상 앞 '놀이마당' 두 곳으로 정했다.
시는 광장 사용 허가와 관련해 집회·시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기조를 밝히기도 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시는 "광화문 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 활동을 목적으로 한 경우 허가를 통한 사용이 가능하며 집회·시위는 원칙적으로 허가 대상이 아니다"라며 허가를 받지 않고 광장을 사용하는 행위를 불법점유로 보고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개장식 이후에도 다양한 행사 진행될 예정
6일 개장식을 시작으로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는 △도심 활력 회복 △민생경제 활성화 △민간기업·지역예술인·시민이 함께하는 문화행사 공급 주체 다원화 등을 큰 방향으로 9월30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 중 하나로 시는 세종문화회관 앞 해치마당 진입부에 길이 53m 높이 3.25m의 대형 LED패널 미디어월을 설치하고 광장 개장과 함께 고해상도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미디월에서 첫번째로 선보일 작품은 이예승·홍유리 작가의 '광화화첩'이다. 또 세종대왕 뒤편 '세종이야기' 출입구에 큐브 모양의 유리구조체를 설치해 미디어 아트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더불어 시는 광장 개장에 맞춰 오는 9일부터 광화문 광장과 창경궁, 종묘 일대의 역사 명소를 탐방하는 '서울도보해설관광'의 신규 코스를 운영한다. 2003년 시작된 서울도보해설관광은 경복궁과 북촌, 서촌 등 서울의 주요 관광명소를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역사, 문화, 자연 등을 감상하는 무료 프로그램이다.
시는 기존의 도보해설관광 코스에 이번 광화문 광장 개설에 맞춰 △광화문 광장 △경복궁 돌담길과 청와대 △율곡로 궁궐담장길 세곳을 추가했다. 이중 광화문 광장 코스는 광장에서 시작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의회, 덕수궁 대한문 앞, 시청광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망대를 지나는 2.5㎞로 약 2시간30분이 소요된다.
한편, 그동안 광화문 광장은 주변 도로와 동떨어진 섬처럼 위치해 시민들의 접근을 용이치 않아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전임 고(故) 박원순 시장 임기 시절 광화문의 월대를 복원하고 세종문화회관 앞쪽 도로를 없애 광장을 확장시키는 재구조화안 수립됐다.
이후 정부서울청사의 광장 포함, 도로 축소 등을 두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광장 규모를 축소하고 세종대로를 기본 계획보다 확장하는 식으로 계획 조정이 이뤄졌고 2020년 11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재구조화 사업을 일시적으로 중단됐지만 오 시장이 "이미 34% 공정이 진행됐고 250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며 기존의 계획을 보안·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해 6월부터 광장 재조성 공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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