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임모씨(43)의 하소연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급증한 중국인 관광객으로 호황을 누리던 명동상권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침체에 빠진 지 4년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 4월부터 다른 상권은 살아났지만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명동상권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중수교 30년을 며칠 앞둔 지난 19일 기자가 찾은 명동거리는 한산했다. 어떤 골목은 20개의 1층 점포 중 2곳을 빼고 모두 비어 있었다. 큰 길가 역시 한 점포 건너마다 '임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명동 상인들은 "상권 회복은 멀었다"고 입을 모았다.
■中 관광객 감소...명동 상인, '울상'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1~6월 81만1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약 42만187명 대비 두배가량 늘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회복세라고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은 8만2301명에서 7만5191명으로 8.6% 감소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 정책때문이다.
이날 4호선 명동역에서 을지로입구역 방향으로 내려오는 주요대로(명동8길)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국인 급감의 여파로 특히 명동 화장품 업계가 말라가고 있다. 명동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대로 초입에 있던 대기업 화장품 브랜드 스토어가 올초에 철수했다"며 "매출은 코로나 이전의 30% 수준이고 중국인 예전처럼 많이 오지 않으면 회복은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과거 명동거리는 '중국인 보따리상' 및 '중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한 화장품 가게가 즐비했다. 명동 로드숍 직원을 고용할 때 '중국어 가능'을 필수조건으로 달기도 했다. 현재는 텅 빈 상가들이 즐비해 대조적이다. 명동 큰 길가에 '임대' 스티커가 붙은 점포들은 대부분 화장품 매장이었던 곳이다. 일부 남은 화장품 매장도 중국인 대신 소수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권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 중이었다.
■10개 중 4개 비어있는 점포
식당과 호텔 체인도 회복이 어려운 수준이다.
50년 전통의 유명 삼계탕 전문점 안은 손님이 드문드문 있었다. 식당 대표 이모씨는 "요즘은 단골손님 덕분에 겨우 버티는 수준"이라며 "올 들어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추세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명동에 있는 한 호텔 체인 관계자 박모씨(36)는 "중국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며 "거리두기 해제 후 주말엔 국내 수요가 있지만 외국인 투숙객이 늘어난 것은 체감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명동을 찾은 직장인 김모씨(25)도 "회사가 근처에 있어 자주 오는데, 예전에 비해 중국인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거리 분위기가 많이 변한 것 같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1·2분기 기준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0.9%다. 10개 점포 중 4개는 비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명동 지역 평균 공실률 43%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이모씨(60)는 "보이는 대로다. 가게 반은 비어 있고 문의도 뜸하다"며 "중국 관광객이 들어와야 상권 회복이 될 텐데 아직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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