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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시한폭탄 '하우스푸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7 18:00

수정 2022.11.07 18:00

[강남시선] 시한폭탄 '하우스푸어'
"계약하면 복비 안 받을게요." 10년 전 중개업소 사장님의 간절한 이 한마디는 내 집 첫 장만에 트리거를 당겼다. 당시 "집 사면 바보" 소리를 들을 만큼 주택시장 위기감이 팽배해 중개업소들이 한계에 몰렸다. 그 역시 수개월간 거래절벽으로 임대료는 밀리고, 직원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한 듯했다.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켜 집주인(매도인)한테라도 복비를 받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 보였다. 이른바 하우스푸어가 사회적 문제로 절정에 이르던 때다.
건설업계는 물론, 중개업소, 이사, 인테리어 등 연관업종들이 줄줄이 고사직전이었다. 2012년 유력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관련 대책을 꺼내들 정도였다. 2013년에는 하우스푸어 지원방안을 담은 '4·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 나왔다. 금융권 자체 채무조정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예외 허용, 캠코 통한 부실채권 매입 지분매각제도,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채권 매각제도, 주택연금 사전가입제 등 전방위 대책을 망라한 출구전략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겉돌거나 오래가지 못했다. '부실채권 매입 지분매각제도'가 대표적이다. 실적이 전무해 시행 1년 만인 2014년 폐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유주택의 지분 일부를 캠코에 매각 후 해당 주택에 임차해 살다가 다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제도다. 대출 상환을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캠코가 금융사에 채권매각을 강제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등으로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

2022년 현재 하우스푸어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 집값은 한달에 수억원씩 떨어지고 주택담보대출금리는 7%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영끌족은 말할 것도 없고 대출을 낀 실수요자들도 하우스푸어 덫에 걸리기 십상이다. 집은 본인 스스로 결정해 구입하는 것이다. 실거주 목적도 있겠지만, 일부는 집값 상승기에 재테크나 투기 수단으로 삼은 것도 사실이다. 빚 갚기 어렵다고 금융혜택 등을 운운하는 것도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문제뿐 아니라 무주택자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다만, 하우스푸어는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침체, 고금리 등과 얽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적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담보대출 등으로 부채구조가 악화된 유주택자들은 가계부채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하우스푸어 확산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마비로 이어지고 있다. 높은 금리를 내걸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 실제 일부 브리지대출(PF대출 전 단기자금대출)은 20%에 육박하지만 금융권에서 찬밥신세다.
돈이 안돌면 민간물량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정부의 5년간 270만가구 공급 목표도 물 건너간다. 경제의 뇌관 제거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사회경제적 파장이 커진 후 나오는 사후약방문식 굼뜬 대책으론 다가오는 위기를 막을 수 없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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