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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야 빌딩이야?"…문 열린 서울 초고층 아파트 시대[부동산백서]

뉴스1

입력 2022.12.04 06:00

수정 2022.12.04 08:57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2021.3.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2021.3.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68층, 65층, 50층, 49층.

빌딩 이야기 하느냐고요? 아닙니다. 재건축 아파트들의 '희망 층수'입니다. 요즘 서울 재건축 단지들은 마천루의 꿈으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습니다. 웬만한 빌딩보다 높은 층수를 추진하고 있죠. 몇 년 전엔 생각도 못했던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 왜 갑자기 재건축 트렌드가 됐을까요?

서울 아파트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이른바 '35층 룰'에 묶여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서울 시내 주거지역에 짓는 아파트 최고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인데요. 무분별한 돌출 경관, 일조·조망권의 일부 독점을 막겠단 취지로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만들어졌습니다.


이 규제는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지적돼왔습니다. 용적률과 함께 엮인 사업성은 차치하더라도, 35층 이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서울시 심의에 번번이 물을 먹으며 제자리걸음을 해왔거든요. 과거 은마는 49층, 잠실주공5단지는 50층을 내놨다가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죠.

높이 규제가 일괄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건축물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비판이 이어져왔습니다. 높이 규제가 없으면 같은 용적률이라도 위로 늘씬하게 뻗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데, 35층 이하로 맞추다 보니 뚱뚱한 형태의 성냥갑 아파트가 양산됐다는 겁니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전부터 35층 룰을 폐지하겠다고 강조해왔는데요. 결국 35층 층고 제한이 삭제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2040 서울플랜)이 지난주 통과됐습니다. 앞으로 아파트 층수는 일률적 규제가 아닌 개별 정비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정하게 됩니다.

다만 용적률은 기존대로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따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지 않는다면 지을 수 있는 가구 수가 늘어나진 않는 겁니다. 그렇지만 건물이 슬림해지고 높이 올라가면서 단지 내 지상 공간이 넓어지고 주거 환경이 쾌적해지게 됐죠.

재건축 단지들은 35층 규제 폐지를 반기는 분위깁니다. 마천루 건립으로 랜드마크가 되는 걸 노리고 있는건데요. 실제로 아크로리버파크, 서울숲 트리마제, 래미안 첼리투스 같은 수년 전 지어진 서울 초고층 아파트들은 각 지역 리딩 단지로 시세를 견인해왔습니다.

이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는 35층 룰 폐지를 선제 반영해 최고 50층의 신속통합기획안을 마련해 1호 수혜 단지가 됐는데요. 이외에도 많은 재건축 단지들이 본격적으로 층고 상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68층으로 상향을 추진합니다. 산호아파트도 47층으로 층수 상향을 검토 중입니다.
35층으로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도 층수를 올리겠단 의지를 내비쳤고요.

앞서 여의도 시범(65층), 잠실주공5단지(50층)는 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초고층 대열에 합류했는데요. 앞으로 한강변,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하나둘씩 키를 맞출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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