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윤미향 '대부분 무죄'에 檢 "납득 안돼"…판결문 들여다보니​

뉴스1

입력 2023.02.15 05:40

수정 2023.02.15 09:11

윤미향 무소속 의원 2023.2.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윤미향 무소속 의원 2023.2.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횡령으로 판단한 부분(위)와 무죄로 판단한 부분(아래) /뉴스1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횡령으로 판단한 부분(위)와 무죄로 판단한 부분(아래) /뉴스1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1심 판결 후 모습을 드러냈다. 2023.2.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1심 판결 후 모습을 드러냈다. 2023.2.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대협의 후신인 정의기역연대(정의연) 후원 홈페이지(정의연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정대협의 후신인 정의기역연대(정의연) 후원 홈페이지(정의연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향해 제기됐던 8개 혐의 가운데 7개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균형을 잃은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의 입장을 옹호하는 법조인들도 적지 않다. 반면 범죄 입증은 검찰의 몫인 만큼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역시 무죄 판결이 나온 직후여서 일반시민들 사이에서도 재판결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03페이지에 달하는 윤 의원 판결문 가운데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을 들여다봤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문병찬)는 지난 10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운영 등과 관련해 △보조금관리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횡령 △준사기 △업무상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업무상 횡령 1700여만원만 인정…8개 혐의 중 7개 '무죄'

먼저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윤 의원 측은 "후원금 등의 사용은 윤 의원의 독단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단에서 논의하여 결정하거나 실행이사회에서 결정하여 집행한 것"이라며 "사용처가 정대협의 활동 보고, 통장의 적요 기입 등으로 세세하고 명확하게 기록됐다"는 입장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그중 명확히 자금을 유용하거나 고의·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 항목만을 유죄로 봤다. 증빙이 없더라도 정대협 활동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으면 무죄로 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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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2014년 10월7일부터 윤 의원 명의의 개인계좌에 입금되거나 지출되는 돈에 대해 별도 장부처리나 회계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지출에 의한 증빙자료도 정리되지 않았다"면서도 "정대협 활동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면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를 섣불리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억여원 중 △2015년 7월 '동물병원 및 애견호텔 결제'(24만원) △2015년 3월 '윤미향 딸 계좌 이체'(30만원) △2015년 7월 '마사지숍 결제'(9만원) △2018년 '윤미향 종합소득세 납부'(24만1670원) 등 57회에 걸쳐 명확히 잘못 사용된 1700여만원만 유죄로 인정됐다.



◇개인계좌, 회계처리, 증빙없지만…재판부 "활동 직·간접적 사용 가능성"

반면 증빙자료가 없더라도 '할머니 옷감', '할머니 선물' 등으로만 적요 기입된 항목 등에 대해서는 '실제 피고인 주장대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윤 의원 측도 "대부분 정대협 활동을 위해 사용하거나 정상적 절차를 거쳐 사용했다"며 "이중보전의 경우 영수증 제출 과정의 실수였으며, 오래돼 용도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정만으로는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무런 감독을 받지 않은 채 개인 계좌에 정대협 자금을 보관함으로써 본인만이 수입·지출 내역을 알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공적 용도의 지출과 사적 용도의 지출을 명확히 구별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다"면서도 "피고인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정대협 자금을 횡령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모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판결문을 보면 공익법인 활동비를 개인계좌에 보관하면서 실제로 개인 용도로 혼용한 사례들이 있는데도 재판부가 '가능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금액들이 있는 듯하다"며 "(횡령이) 의심되는 내역에 대해서도 이같은 기준을 계속 적용한다면 수사기관에서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1심, 정대협 박물관 '허위 등록'보다 '제대로 된 운영'에 무게

재판부는 사기, 보조금법 및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정대협이 운영한 박물관이 등록에 하자는 있었지만 사업은 제대로 운영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윤 의원이 정대협을 운영 과정에서 허위로 학예사를 두고 등록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여성인권박물관을 이용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서울시로부터 국고보조금 3억원을 부정 수령한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해당 박물관에 학예사가 근무하지 않았고 박물관을 허위로 등록한 것은 사실로 보고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문체부나 서울시의 보조금 교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본질적인 사항에 대한 것이었는지 등을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검사는 이 사건 박물관이 위 각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허위 등록 과정보다 이후 제대로 운영됐는지를 판단 근거로 봤다는 취지다.


여성가족부 인건비 보조금 6500여만원 부정 수령 혐의에 대해서도 회계처리조차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기망이나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대협, 일시후원자도 모두 후원회원 등록…재판부 "기부금품법 위반 아냐"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재판부는 "검사 측 증거만으로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했다거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대협에서 모금한 돈은 기부금품법이 규율하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속원'으로부터 받은 금원으로 간주했다. 정대협은 회원을 정회원과 후원회원으로 나눴는데, 정대협 측이 한 차례 기부하는 '일시후원'을 한 사람들까지 모두 후원회원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시후원자는 소속원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대협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고, 정기적으로 회계자료를 실행이사회, 대표자회의에 보고했으며, 매년 감사를 받음으로써 (후원자에게) 후원금 모집과 사용의 적절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윤 의원 개인 계좌로 정대협 자금이 보관되고 유용된 점이 인정됐는데 과연 후원금 모집과 사용의 적절성이 담보되겠느냐"며 "앞으로 시민단체에서 영수증 같은 증빙을 남기지 않고 직·간접적으로 단체를 위해 쓴 돈이라고만 주장해도 관행으로 넘길 것이냐"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치매 증상이 있는 길원옥 할머니를 속여 기부하도록 한 준사기 혐의에 대해 치매 증상을 인정하고 "정대협 관계자가 할머니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방식이 다소 이례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재산상 거래와 관련하여 의사결정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안성쉼터 관련 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에게 형사 처벌 전력이 없고 열악한 상황에서 30년간 활동하며 위안부 할머니 피해 회복에 기여했으며 국내 여러 활동가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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