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춘천=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동해안 대표 관광지를 휩쓴 강릉 산불의 원인이 '초속 30m'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의한 전선 단선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지난 2019년 고성·속초 산불에 이어 이번에도 전선 단선으로 인해 대형산불이 나자, 강원도는 전선 지중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강원도의 지중화율은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어 늦은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릉 산불 발생 나흘째인 14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림청은 이번 산불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한창이다.
이들 기관은 지난 11~12일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잇단 감식을 벌였다.
감식에서 관계자들은 전선 단선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부러진 나무와 전선 부위 등을 면밀히 살피고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데 주력했다.
경찰 등은 이번 감식에서 당초 원인으로 추정된 '쓰러진 나무에 의한 전선 단선'에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형산불 역시 '전선 단선'에 의한 것으로 사실상 굳혀지면서 강원도는 지중화율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 14일 강원도청에서 산불 피해수습 3차 대책회의를 갖고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 지사는 “2019년 고성산불에 대한 한전의 보상 책임이 아직도 이행되지 않았는데 4년만에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전신주 지중화 등 산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중화 사업'은 전선을 묻고 전봇대를 없애는 작업을 말한다.
전국 송전탑의 77%가 산림에 설치돼 있어 산림 내 송전탑·송전선로 안전 관리로 이어지는 지중화는 산불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강원도의 지중화율(2021년 기준)은 고작 10.2%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남(8.9%)을 제외한 전국 최하위다.
강원, 전남을 제외한 전국 전선 지중화율은 평균 20.5%로, 서울이 가장 높은 61%, 대전 57.2%, 인천 44.1%, 세종 43.6%, 부산 43.1%, 광주 36.5%, 대구 34.9%, 경기 30.4%, 울산 28%, 제주 20.5%, 전북 12.5%, 경남 12.5%, 충남 11.7%, 충북 11.3%다.
이번에 산불이 발생한 강릉시에는 고압 송전탑이 500개가 넘지만 전선 지중화율은 3.6%에 불과하다.
물론 전선 지중화율이 낮은 것이 강원도만의 탓이라기엔 일견 억울한 측면이 있다.
과거 지중화사업은 도심 번화가와 대로 중심으로 지자체(50%), 한전(50%) 부담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이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강원도에서는 부담스러운 사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시행중인 그린뉴딜 지중화사업은 국민안전 증진과 지자체 부담완화의 목적으로 학교 통학로 등 안전 관련 필요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국비(20%), 지자체(30%), 한전(50%) 부담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의 강한 의지만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지중화율을 높일 수 있다.
한편 이번 불은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은 8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4시30분쯤 진압됐다.
강릉시는 이번 산불로 주택 77동 등 154동의 건축물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했다. 이중 전파는 116동, 반파 18동, 부분 파손 20동 등이다.
이는 이날 오전까지 집계된 건축물 피해 규모(100동)보다 약 50여동 늘어난 규모다.
공공시설은 경포해수욕장(샤워장·포토존 등)을 비롯 5곳이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고, 일대 산림 179㏊가 소실됐다.
상수도 67곳, 급수관 268m도 망가졌다. 인명 피해는 경상 1명이 추가돼, 사망 1명을 비롯해 19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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