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이런 고생이라면 배우에겐 큰 영광이죠."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에서 단연 빛나는 배우는 임시완이다. 스크린 속 임시완은 외형부터 눈빛까지 마라토너 서윤복 그 자체였다. 그는 준비부터 촬영까지 8개월간 운동과 식단으로 마라토너의 외형을 유지했고,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의 각오로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긴 시간 배역에 몰입해 살았지만 "배우의 고생은 큰 영광"이라는 답변으로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보여줬다.
임시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1947 보스톤' 관련 인터뷰에서 오랜 개봉을 기다린 소감에 대해 "저는 개봉 및 방송 시기에 무딘 편"이라면서도 "이번에 이례적으로 길었다"고 털어놨다.
'1947 보스톤'은 출연 배우 중 한 명인 배성우의 과거 음주운전 사건으로 개봉이 연기된 바 있다. 배성우는 극 중 주인공 서윤복의 페이스메이커이자 코치인 남승룡으로 분해 열연했다.
임시완은 개봉을 기다리며 느낀 점에 대해 밝혔다. 그는 "이번 계기를 통해 작품이 세상에 나와서 대중분들의 반응을 얻지 못하면 완성형이 아니구나 뼈저리게 느꼈다"며 "좋은 반응이든 안 좋은 반응이든 관객들을 만나 반응을 얻어야 직업적으로 생명력을 부여받을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 고백했다.
임시완이 연기한 서윤복은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마라톤 유망주다. 손기정이 롤모델이지만 가난한 현실에서 달리기는 사치일 뿐인 그에게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전 제안이 들어오고, 고심 끝에 태극마크를 단 첫 번째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임시완은 서윤복을 연기한 데 대해 "유족분들에게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경각심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그는 외형부터 서윤복과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체지방 6%를 달성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서윤복 선생님 캐릭터에 캐스팅이 되고 자료를 찾아봤는데 몸이 좋으신 거다"라고 막막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그걸 따라가야겠다 싶더라, 체지방 몇 퍼센트를 만들어보겠다는 게 목표가 아니라 외형을 따라가야 하는 게 사명이어서 그렇게 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임시완은 이어 "그렇게 몸을 만들다가 어느날 체지방 수치를 찍어보니 6%가 나왔더라"며 "너무 신기했다, 내 인생에 이렇게 찍혀보기도 하는구나 했다"고 감탄했던 당시를 돌이켰다. 그러면서 "그런 과정이 당연히 쉽지만은 않았다"며 "저는 맛있는 걸 너무 좋아하고 탄수화물, 특히나 간식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을 확정하고 나서 그런 것들과는 단절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촬영 중간에는 운동할 시간이 확보가 안 되니까 컷과 컷 사이에 계속 중간중간 운동을 했다"며 남달랐던 노력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같은 과정이 고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적어도 배우에게 이런 고생이라면 큰 영광"이라고 답하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또 그는 "준비 기간이 3개월, 촬영 기간이 5개월 총 8개월이었는데 외국에서 준비 기간이 길었던 다른 작품들의 배우들 인터뷰를 봤을 때 1년 걸린 적도 있다더라"며 "그에 비하면 기간으로도 제가 훨씬 짧고 이 이상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배우로서 주어진 시간 속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해서 캐스팅되자마자 시작했고 크랭크업까지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1947 보스톤'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은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를 휘날리며' 등 작품으로 한국 영화 흥행사를 다시 썼다. 임시완은 강제규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어릴 때 가족들과 같이 영화관에서 처음 봤던 영화가 '쉬리'였다"며 "그때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그 영화의 먹먹함이 한달 이상 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게 지대한 영향을 주신 감독님"이라며 "그런 분과 성인이 돼서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품으로나 작품으로나 큰 그릇을 느꼈다"며 "다시 한번 감독님께 존경심을 느꼈다"고도 털어놨다.
서윤복의 롤모델 손기정은 하정우가 연기했다. 하정우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이번 작품 끝나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정우 형께서는 세상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엔 유쾌하신 분이신데 촬영만 시작하면 바로 집중하시는 걸 보면서 저도 저런 모습을 배워야겠다 했다"며 "현장 분위기를 늘 유쾌하고 즐겁게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떠올렸다.
임시완은 극 중 옥림 역의 박은빈과도 호흡을 맞췄다. 이에 대해 임시완은 "은빈이는 조용조용하고 착한 이미지였다"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때 기억이 좋았고 인간 대 인간으로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 다른 작품에서는 만나진 못했지만 은빈이도 (제가 편해지고) 그랬는지 우연히 행사장에서 만났을 때 반가워해주더라"며 "은빈이와의 기억이 매우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1947 보스톤'은 추석 극장가에서 관객들과 만나며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과 추석 3파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흥행 부담감도 클 법하지만 그는 "어떤 작품이 흥행을 하는 가능성을 퍼센티지로 따지면 최대 10% 내외라고 생각한다"며 "10% 외 나머지 작품은 흥행에 실패한다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낙담을 한다면 다른 드라마나 영화가 제작이 안 된다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또 그는 "그보다는 저때의 나는 진심이었나, 이걸 보신 분들이 진심을 알아봐주실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이 작품을 봐주신 분들이 뭔가를 느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시완은 '1947 보스톤'에 대해 "제가 보고 싶어했던 영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단짠단짠인 고자극 음식들이 맛있긴 하지만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하는 음식이 생각이 나게 할 때가 있다"며 "그런 영화가 '1947 보스톤'인 것 같아서 감독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곤드레나물 같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배우로서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시완은 "그동안은 이것저것 도전하려 했다"며 "이제는 도전과 경험을 토대로 저라는 사람의 기준을 잡는 과정이 생길 것 같다, 내가 어떤 걸 할 때 더 효과적이고 더 재밌어 하고 등 이런 게 쌓이면 그 경험들을 토대로 기둥이라는 게 점차 만들어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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