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딘 게이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결국 사퇴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하버드내에 반유대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표절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게이 총장 사퇴 운동을 주도했던 억만장자 투자자인 퍼싱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 창업자 빌 애크먼은 그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결국 목표를 이뤄냈다.
2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게이 총장은 이날 하버드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교내 반유대주의 확산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그를 둘러싼 논문 표절 의혹 속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아프리카학 전공인 게이는 하버드대 인문대 학장을 약 5년 지낸 뒤 지난해 7월 총장이 됐지만 불과 넉 달 만에 퇴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게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침공한 뒤 교내에서 일어난 반유대주의에 대한 미온적 대응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지난해 12월초 미 하원 청문회에서 그가 하마스의 유대인 학살을 비판하는 학생들의 시위도 하마스 지지 시위처럼 학칙위반이라며 동등하게 대응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게이는 광범위한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은 표절시비로 확산됐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 여러 학자들의 다른 출판물들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하버드대 최고 거버넌스 기구인 하버드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2월 '부적적한 인용'을 발견했다면서도 연구부정 기준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결정했다. 몇가지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표절로 볼 정도는 아니라는 결정이었다.
학교측에 따르면 게이는 오류 지적 뒤 자신의 2개 논문 출판물에서 4개 오류를 수정토록 요구했고, 논문에서 3군데 오류도 시정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하버드대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과 다른 기준을 제시해 게이의 학문 기여도와 연구자로서의 진실성을 훼손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 임시 총장에는 경제학자이자 의사 출신인 앨런 가버 교무처장이 임명됐다. 미국의사협회 회원이기도 한 가버 처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하마스 쪽에 확연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교내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몸담은 학교가 하마스를 충분히 강하게 비판하지 못했다며 "확실히 유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 대학총장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뒤 어려움을 겪은 대학 총장은 게이 총장만은 아니다.
캠퍼스내의 반유대주의 발언과 행동들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리즈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도 사퇴하기로 했다. 앞서 매길과 게이는 샐리 콘블러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과 함께 지난달 5일 하원 교육노동력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한 바 있다.
이들 총장은 수시간에 걸쳐 학내 괴롭힘의 기준과 이에 대한 대응, 또 유대인 학생들을 혐오발언이나 폭행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해 어떤 대응에 나섰는지에 관해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한편 반유대주의 물결 속에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졸업자들 일부가 구직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기부금도 줄어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투자자 렌 블라바트니크의 가족재단이 기부를 중단했다. 이 가족재단은 그동안 하버드대에 2억달러 넘게 기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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