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생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술 소장품을 물려주겠다고 유언장을 남긴 러시아 미술 평론가가 사망했다. 그의 예술품이 모두 진품으로 드러나면 푸틴은 2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술품을 받게 된다.
14일(현지시간) 모스코바 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문화부는 지난 11일 작가 겸 미술 평론가인 니나 몰레바가 98세 나이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역사학 박사인 몰레바는 러시아 화가를 중심으로 예술사를 연구했다. 생전 12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한 문학·예술계의 유명인사다.
그는 지난 2012년 사망한 남편 미술 이론가 엘리 벨류틴과 함께 푸틴의 열렬한 추종자로 알려졌다.
부부는 1968년에 벨류틴의 할아버지가 숨겨진 다락방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램브란트 등 거장들의 작품을 포함해 1000여 점의 미술품을 보관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몰레바는 경매 회사로부터 소장품을 평가받은 결과 경매 시작가 4억 달러(약 5300억원), 최종 낙찰가 20억 달러(약 2조 6700억원)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후 이를 모두 푸틴에게 물려주겠다고 선언해 '푸틴의 미술 평론가'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다만 소장품의 진품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몰레바 부부는 당초 1990년대에 이 예술품들을 러시아에 기증하겠다고 했지만, 국가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는 법 때문에 거절당하자, 이를 푸시킨 박물관에 기증하려고 했고 위작 가능성이 있어 또다시 거부당한 바 있다.
푸시킨 박물관의 빅토리아 마르코바 큐레이터는 "컬렉션에 유명인의 작품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며 "우리 박물관의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벨류틴이 소련군 정보장교로 활동했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유럽에서 작품을 밀반입하거나, 또는 소련 지도자들을 위해 수집용 예술품을 다뤘을 가능성이 있다며 작품 자체는 진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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