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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결국 국민에 등돌리는 의대 교수들,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5 16:25

수정 2024.03.15 17:05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과대학 교수가 연구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과대학 교수가 연구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에 국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가 주축이 돼 출범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긴급회의를 열어 사직서 제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번 비상대책위는 서울대 등 국립대 의대를 포함해 전국 19개 의과대학 교수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의대생 2000명 증원을 반대한다"며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제자들 편에 서 있다. 이미 서울대·가톨릭대·울산대·부산대 의대 교수들은 별도로 사직 결의를 발표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할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전공의 집단사직 26일째, 환자와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현실을 확인하고도 집단행동을 결의하는 행태는 이기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의대 교수들은 의사와 교직자로서의 윤리, 본분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교수들은 "제자들 뒤에 숨어 침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교수의 눈에 제자는 있고 병상의 환자는 없단 말인가.

집단사직이 현실화되면 현장은 더 극심한 혼란을 빚게 될 것이다. 응급 수술, 야간 당직 등 비상 진료를 전문의와 의대 교수들이 대신 하고 있는데 이들마저 이탈하면 병원엔 간호사와 환자들만 남는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인들은 매일 제대로 치료 못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처한 환자를 마주하고 있다"며 의사들의 복귀를 진심으로 호소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의 전공의와 의대생의 집단행동에 대해 선배 의사, 의대 교수들이 중재하고 대화를 이끌어 달라고 호소해왔다. 이런 바람을 저버리고 결국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국민과 환자들을 우롱하는 행위다.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중심으로 그나마 유지되고 있지만, 비응급 수술 진료 등은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교수들의 집단행동은 국민과 환자들의 불편, 불안만 키울 뿐 사태 수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의대 교수들도 의사인 만큼 의료법에 따른 진료 유지 명령 대상이다.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의대 교수들도 병원 이탈 전공의와 동일하게 엄정 대응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상급병원 쏠림, 과잉의료 쇼핑, 불합리한 의료수가, 필수의료과 외면 등 고질적인 국내 의료 체계 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아울러 환자들 곁에 남아있는 의료진들을 위한 특단의 보호대책도 강구하길 바란다.

의대 교수는 한때 존경받는 우리 사회 최고 지성인 집단이었다. 환자와 국민을 저버리고 얻는 것은 무의미하다.
19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는 집단 사직을 결의할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정부와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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