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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를 아시나요?"…실종 대학생 딸 18년째 찾는 87세 父의 절규

뉴스1

입력 2024.03.20 07:01

수정 2024.03.20 19:32

전북대 수의대 이윤희씨 실종사건 블로그 화면 갈무리/뉴스1
전북대 수의대 이윤희씨 실종사건 블로그 화면 갈무리/뉴스1


전북대 교정에 붙은 스티커/뉴스1임충식기자
전북대 교정에 붙은 스티커/뉴스1임충식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장수인 기자 = “이윤희를 아시나요?”

최근 전북대학교 교정 곳곳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노란색 스티커가 붙었다. 흡연부스는 물론이고 벤치와 건물 벽면 곳곳에 부착된 가로세로 2~3㎝ 크기의 스티커에는 ‘이윤희를 아시나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메시지와 함께 QR코드도 있었다.

‘무슨 뜻일까’라는 생각에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촬영해봤다. 그러자 한 블로그에 접속됐다.
블로그 메인화면에는 ‘이윤희 실종사건의 전말, 그리고 경찰의 증거인멸’이란 글이 적혀 있었다. 실종자의 사진과 함께 사건 내용이 게시돼 있었다. 스티커에 적힌 이윤희 씨가 바로 18년 전 실종된 전북대 수의대 학생이었던 것이다.

'전북대 수의대 여대생 실종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당시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그리고 장기미제 사건이자.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사건의 내막은 이랬다. 전북경찰 등에 따르면 이윤희 씨는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재학 시절인 지난 2006년 6월 5일, 덕진동의 한 음식점서 종강모임을 가진 뒤 다음날 새벽 2시30분께 혼자 살던 집으로 귀가했다. 그리고 그 뒤로 사라졌다.

경찰 수사 결과 이씨는 다음날인 6일 오전 2시59분께부터 1시간가량 데스크톱 컴퓨터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용했으며 검색창에 '112'와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3분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컴퓨터는 오전 4시 21분에 꺼졌다. 그게 이씨의 마지막 행적이었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친구들이 8일 이씨의 원룸을 찾았으나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에 친구들은 경찰과 119구조대를 불러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방 안에 들어갔다. 당시 방 안은 어지럽혀진 상태였다. 이씨가 키우던 애완견 때문이었다. 이에 친구들은 경찰 지구대 직원의 허락을 받고 방을 깨끗이 치웠다. 하지만 친구들이 방 안을 청소한 것이 수사에 악영향을 줬다. 경찰은 초기 증거 확보에 실패하게 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연인원 1만 5000여 명을 투입, 전북대 인근 건지산과 하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또 만화방과 찜질방, PC방 등도 샅샅이 뒤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당시 경찰에 접수된 제보 10여 건도 대부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게 이씨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은 흘렀고 결국 이 사건은 장기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1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전북대 교정 곳곳에 붙여놓은 스티커로 인해 '수의대 여대생 실종사건'이 다시 소환됐다.

수소문 끝에 스티커를 붙인 당사자를 찾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이윤희 씨의 아버지 이동세 씨(87)였다. 어느덧 90에 가까운 고령이 된 이씨는 딸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전북대학교 교정 곳곳에 스티커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 씨의 곁에는 ‘전북대 이윤희 실종사건 공식카페’ 멤버 900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저희 딸이 사라진 지 올해로 18년째가 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딸을 기다릴 기력조차 없는 노인이 됐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딸을 찾기 위한 모든 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에 스티커를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최근 당시 수사 경찰관을 고소했다고도 했다. 실제 이씨는 서울지방검찰청에 ‘증거 인멸’ 혐의로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장에는 지난 2019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밝혀진 당시 수사경찰들의 ‘실수’에 대한 경위를 밝혀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윤희 씨 컴퓨터에서 2006년 6월 4일 오후 10시 45분부터 8일 오후 3시 4분까지 약 4일간의 기록이 수사 과정에서 삭제됐다는 사실을 내보냈었다.

이씨는 “고소장을 제출한 건 컴퓨터 기록을 삭제한 경찰을 처벌해달라는 마음에서 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내 딸 이윤희를 찾는 게 목적이었다. 왜 그 기록을 삭제했는지 듣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은 전주 완산경찰서로 이첩돼 진행 중이다. 이 씨도 지난 15일, 2~3시간 동안 고소인 조사를 받은 상황이다.

이동세 씨는 “(나도) 이제 나이가 많아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없는 한계에 와 있다.
그래서 내가 무너지면 내 딸이 실종된 것이 다 잊힐 거 같아서 마지막으로 사력을 다해 전국에 알리려고 한다”며 “아직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국내나 외국에서 살아있으리라는 희망이 있다. 이윤희를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전북경찰청 한 관계자는 “현재 특별한 단서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 사건을 풀기 위해 노력 중인 상황”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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