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학계에서는 어떤 정책이 어떠한 효과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엄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상관관계에 기반한 정책 제안은 그럴듯해 보이나, 도출되는 정책은 효과성을 가지지 못한다. 예를 들어 기온이 높을 때 피서객들이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구입하고 독성을 가진 해파리들이 해안가로 더 많이 나와서 해파리 피해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하자. 이럴 경우 아이스크림 구입량과 해파리 사고건수 간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관찰되게 되는데, 이를 근거로 아이스크림 판매를 금지하자는 정책 제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아이스크림 판매 금지는 해파리 사고를 줄이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를 증명해 내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인관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론은 실험을 행하는 것이다. 신약의 치료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실험 대상자를 2개 집단으로 나누어 처치집단에는 신약을 실제로 투여하고, 통제집단에는 설탕으로 된 가짜약을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 대상자들을 처치집단과 통제집단에 '균형 있게 무작위 배정'하여 두 집단 간에 처치 전 건강과 생활습관에 있어서 차이가 없도록 해야 두 집단의 처치 후 건강 차이가 신약에 기인한 것임을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실험연구 방법론은 윤리 문제로 인해 사회·경제 정책 분석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유아교육이 소득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1960년대 미국 미시간주에서 어떤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유아교육을 제공하고 다른 아이에게는 제공하지 않는 실험을 했다. 이들을 장기 추적조사해 유아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소득·저축·재산이 더 많고 이들이 범죄에 가담할 가능성이 낮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Perry 유아교육 실험은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증명했고 유아교육 확대를 주장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실험은 많은 사람에게 윤리적인 비난을 받았다. 통제집단에 속해 유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살게 된 사람들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실험연구가 윤리적 문제로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회과학 연구자들은 실험연구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 왔고, 정부의 정책변화를 실험처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통계 방법론을 개발해 널리 사용하고 있다. 정책 변화를 실험연구에 준하도록 만들어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정책 참여와 미참여가 무작위 배분된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15~2017년 한시적인 배당소득세 감면의 효과 분석을 위해 배당을 늘리지 않은 통제집단을 2015년 이전까지는 배당을 늘린 기업들과 유사해 보이는 기업들로 한정하고 2018년 수도권대학에 대한 정시 확대라는 정책 변화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비수도권 전체가 아닌 비수도권 대학 중 수도권에 인접한 지역의 대학들만으로 통제집단을 구성한다.
사회·경제 정책의 효과성 연구의 활성화를 위한 출발점은 정부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들을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와 담당 공무원들은 데이터 제공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분석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으로 데이터 제공을 꺼리고 있다. 이러한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고 더 엄격한 연구윤리를 적용해야 한다. 언론들도 자극적이고 정치 편향적인 기사 작성을 지양해야 한다. 정부 데이터가 활발히 제공되어 우리나라 정책 개선을 위한 활발한 연구와 건강한 논쟁이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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