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작은 자극에도 극심한 신경통… 별세포가 문제였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9 12:00

수정 2024.06.19 12:00

KIST-GIST, 신경병증성 통증 일으키는 원인 밝혀내
동물실험 통해 가바 적게 만들자 신경세포 정상 작동
별세포는 이름 그대로 별 모양의 세포로, 여러 개의 돌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 돌기들은 신경 세포와 혈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게티이미지 제공
별세포는 이름 그대로 별 모양의 세포로, 여러 개의 돌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 돌기들은 신경 세포와 혈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남민호 박사팀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김형일 교수팀이 '신경병증성' 통증의 주요 원인이 신경세포가 아닌 별세포라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와 모니터링 방법을 제시했다.

19일 연구진에 따르면, 별세포가 과도하게 생성하고 분비하는 가바(GABA)로 인해 신경세포의 특정 단백질 생성을 막음으로써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지속적 흥분' 현상이 신경통의 주요 원인이다. 이로 인해 신경통의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민호 박사는 "별세포의 가바에 의한 지속성 흥분이 척수 신경 과민성의 원인이자 신경병증성 통증의 핵심 메커니즘"이라며, "이 결과들은 신경병증성 통증의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형일 교수는 "별세포와 신경세포 간 상호작용의 시각화를 통해 신경병증성 통증의 예후 모니터링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신경계의 손상이나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을 말한다. 이는 보통 통증을 느끼지 않아야 할 경미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옷에 피부가 스치는 느낌조차도 불에 타는 듯한 통증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신경병증성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며, 당뇨병, 항암치료, 신경 손상, 수술 등이 주요 원인이다.

이 통증은 신경계가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발생한다. 신경이 손상되면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여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신경병증성 통증은 일반적인 진통제로는 잘 치료되지 않으며, 그 원인과 작용 원리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신경병증성' 통증 실험을 진행했다. 관찰한 결과, 신경통이 있는 쥐의 척수에서 별세포가 가바(GABA)라는 물질을 과도하게 생성하고 분비하는 것을 발견했다. 가바는 원래 신경세포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신경통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신경세포를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통증을 유발했다.

또한, 연구진은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시된 포도당을 사용하여 쥐의 척수를 PET 스캔으로 촬영했다. 이를 통해 별세포가 가바를 많이 분비할 때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함께 별세포가 가바를 적게 만들도록 조절한 결과, 신경세포의 과도한 활성화가 줄어들고 포도당 대사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진은 별세포가 신경통의 주요 원인임을 확인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밝혀낸 신경병증성 통증의 원인과 맞춤형 치료법, 모니터링 방법 등을 국제 학술지 '실험 및 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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